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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난 주주, LG화학 배터리 물적분할에 시가총액 '휘청'

김미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17 15:42

수정 2020.09.17 15:48

사진=LG화학 주가그래프
사진=LG화학 주가그래프

[파이낸셜뉴스]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물적분할 결정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이틀새 주가는 11% 넘게 빠지며 시가총액이 6조원 가량 증발했다. 이번 물적분할이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우려가 주가에 반영된 영향이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에선 이번 물적분할이 장기적으로 기업가치에 긍정적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화학 주가는 전일대비 6.11% 하락한 64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5.37% 하락에 이어 이틀째 급락세다.
지난 15일 종가 기준 51조2500억원 수준이던 시가총액은 이날 45조5300억원 기록해 이틀새 5조7200억원이 증발했다. 코스피시장 시총 순위도 4위에서 5위로 밀렸다.

이날 LG화학은 이사회를 열고 전지사업부를 물적분할하는 안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오는 10월30일 임시 주주총회의 승인을 거친 뒤 12월1일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을 공식 출범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분할 이후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주들은 LG화학의 분할방식에 대해 원성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분할 비율대로 신주를 배정받는 인적분할이 아닌 회사가 지분 100%를 보유한 물적분할 방식을 택한 때문이다. 전날 한 주주는 청와대 게시판에 'LG화학 물적분할로 인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막아달라'는 내용의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존 주주 입장에서 인적분할시 장점인 선택적 매매를 통한 LG배터리 지분 직접 보유와 LG에너지솔루션의 빠른 상장에 따른 가치평가 정상화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느끼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같은 주주들의 반응은 증권가의 평가와 온도차가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LG화학의 이번 물적분할에 대해 자본 집약적인 배터리 산업의 투자재원 마련을 위한 효과적 방안이라고 평가한다. 2차 전지 사업이 매년 40%의 고성장 사이클에 진입한 만큼 현재 시장 점유율을 유지 하기 위해서는 매년 3조원 규모의 투자 집행이 필요하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재무적투자자(FI)를 유치하거나 기업공개(IPO)를 통한 대규모 자금 조달을 위해서는 물적분할이 효과적인데, 배터리 사업을 100% 자회사로 분사함으로써 환경에 따라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도록 운신의 폭을 넓힌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적분할의 경우 지주사인 LG의 자회사로 편입된 후 분할 재상장 돼 별도 IPO를 통한 신규자금 유입은 불가능하다.

이번 분사를 통해 배터리 사업의 가치를 재평가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현재 LG화학은 글로벌 배터리 업체 CATL 대비 시가총액이 약 30조원 가량이 적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전지사업부가 경쟁기업 대비 적정 밸류에이션을 받을 수 있고, 물적 분할 이후 전지사업부 상장 등 유동화를 통한 투자재원 마련이 가능하기 때문에 주가에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도 "전지사업의 재평가 계기가 될 수 있다"면서 "물적분할에는 통상 2~3개월이 걸리고, IPO는 그 이후에나 가능하다.
해당 기간 주식시장에서 LG의 전지사업에 대한 가치는 LG화학에 반영된다"고 말했다.

mjk@fnnews.com 김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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