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지배력 확보" LG화학 물적분할에 주주들 "플라스틱 회사냐" 반발

뉴스1

입력 2020.09.17 15:42

수정 2020.09.17 15:42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의 모습. 2020.8.2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의 모습. 2020.8.2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LG화학 제공) © 뉴스1
(LG화학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LG화학이 17일 배터리 사업을 분사하기로 결정하면서 100% 자회사로 만드는 '물적분할' 방식을 선택했다.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면서도 배터리 사업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한 선택이지만, 기존의 일반 주주들은 '이럴 거면 뭐하러 LG화학에 투자했겠냐'며 반발하고 있어 어떻게 주주가치를 지켜나갈 것인지 주목된다.

물적분할이란 모회사(LG화학)에서 사업 부문을 떼어내 자회사(LG에너지솔루션)로 만든 후 지분 100%를 소유하는 방식이다. 반면 인적분할은 모회사의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 법인의 지분을 나눠갖는 방식이다. 그래서 물적분할의 경우 '㈜LG→LG화학→LG에너지솔루션'이라는 수직적 지배구조가 만들어지지만, 인적분할은 지주사인 ㈜LG가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을 갖는 수평적 구조다.

LG그룹이 물적분할을 선택한 이유는 배터리 사업에 대한 지배력 저하를 피하기 위해서다.
인적분할을 할 경우 ㈜LG는 현재 가진 LG화학의 지분(30.06%) 만큼만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상장 후 신주 발행 등 외부 자금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지분율은 더 떨어질 수 있다. 반면 물적분할은 신설 회사의 지분 100%를 소유할 수 있어 기존과 동일한 지배력 행사가 가능하다.

LG그룹은 이렇게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지분 100%를 가지고 있어야 이를 활용해 투자금을 더 많이 끌어올 수 있다. 또 일부 지분을 매각하거나 기업공개(IPO)를 하더라도 30.06%의 지분을 가졌을 때보다는 부담이 덜하다. 투자금을 조달한 후에도 안정적인 경영권을 바탕으로 배터리 사업을 이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배터리 사업의 '홀로서기'를 유예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사업은 지난 2분기 1555억원의 흑자를 냈지만, 그 전까진 막대한 투자로 적자가 이어진 바 있다. 때문에 배터리 신설법인은 기존 LG화학보다 재무건전성이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물적분할을 통해 LG화학의 자회사로 남아있는다면 신용관리에 긍정적이다.

LG화학 관계자는 물적분할에 대해 "신설법인의 성장에 따른 기업가치 증대가 모회사의 기업가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연구개발(R&D) 협력을 비롯해 양극재 등의 전지 재료 사업과의 연관성 등 양사간의 시너지 효과에 대한 장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LG화학 기존 주주들의 입장에선 물적분할이 반갑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주주가치가 희석된다는 것이다. 이날 LG화학은 분할 발표 직후 "대규모 투자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고 밝히는 등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가능성이 유력한데, 이렇게 신주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기존 주주들은 전도유망한 LG화학의 '배터리 사업'에 대한 지분율이 낮아지게 돼서다.

그렇다고 LG에너지솔루션의 주식을 받지도 못한다. 인적분할이었다면 자신이 가진 지분율대로 신설법인의 주식을 받을 수 있지만, 물적분할은 배터리 사업에 대한 지분 100%가 LG화학에 있기에 주주는 직접적인 지배력을 가질 수 없다. 상법상으로도 물적분할에선 주식매수청구권도 발생하지 않아, 배터리 사업 성장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이날 LG화학의 주가는 주당 64만5000원으로 전날보다 6.11% 급락했다. 물적분할 가능성이 제기된 지난 16일에도 전날 대비 5.37% 내리는 등 주가가 이틀째 약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LG화학 물적분할로 인한 개인투자자의 피해를 막아달라'는 청원이 게시돼 이날까지 4000여명이 넘게 동의했다. 포털사이트 주주 게시판에서 한 이용자는 "우리가 플라스틱 회사에 투자하려고 (LG화학 주식을) 샀겠냐"라고 하소연했다.

다만 증권가에선 이번 물적분할을 통해 배터리 사업의 가치가 더욱 상승해 결과적으로는 기존 주주에게 악재가 아닌 호재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주주가치가 희석되더라도 기업가치 상승분이 더 크다면 결과적으로 이익이라는 것이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지 사업의 가치가 재평가받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IPO를 추진해도 신규자금 조달을 통한 미래 성장 투자라는 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물적분할을 선택한 건 배터리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LG화학 측은 "이번 분할을 통해 배터리 사업을 비롯한 각 사업분야의 적정한 사업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게 됐다"며 "신설법인의 성장에 따른 기업가치 증대가 모회사의 기업가치에도 반영돼 기업가치 향상 및 주주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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