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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수소트럭 니콜라

구본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17 18:05

수정 2020.09.17 18:13

니콜라 테슬라는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에 필적할 라이벌이었다. 두 사람 간 '교류(AC) 대 직류(DC)' 송전 논쟁은 과학사의 한 페이지로 기록돼 있다. 네온사인과 리모트 컨트롤 등이 그의 반짝이는 아이디어의 산물이다. 그러나 유복했던 에디슨과 달리 그는 말년의 삶이 불우했다. 이재에 밝지 못해서다.

테슬라가 사업적 성공과 거리가 멀었던 까닭이 뭘까. 과학과 기술은 인류의 삶을 위해 공유해야 한다는 그의 철학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카피라이트(저작권)에 그다지 연연하지 않았으니, 목돈을 챙길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4차 산업혁명이 그의 이름을 다시 소환했다. 일론 머스크와 트레버 밀턴이라는 두 기업가가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와 수소트럭업체 '니콜라'를 창업하면서다.

순항하던 니콜라가 최근 복병을 만났다. 공매도 업체 힌덴버그가 수십 가지 거짓말을 기반으로 한 사기업체라는 주장을 담은 보고서를 내면서다. 2018년 니콜라가 내놓은 주행영상 속 트럭을 겨냥, "자체 동력 없이 언덕에서 밀어 굴러 내렸다"는 폭로가 대표적이다. 이에 니콜라 측은 "공매도 업체의 시세조작"이라고 반격했다. 그러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법무부가 조사에 착수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사실 현재 기술로는 수소차가 비경제적이다. 전기 등으로 제조한 수소를 차 안에서 산소와 결합시켜 모터를 구동하는 방식이어서다. 그럴 바엔 전기차가 나을 수도 있다. 수소차에 뛰어들었던 벤츠·BMW 같은 전통 기업들은 수지가 안 맞는다며 손을 떼고 있다. 니콜라 사기설의 결말을 속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특히 니콜라모터스 같은 혁신 스타트업은 완성된 기술로 출발하는 건 아니다.
비전을 내놓고 퍼즐을 맞추듯 기술을 구현해 나가는 게 상례다. 창업자 밀턴이 '사기꾼이 되느냐, 대박 행진이냐'도 기술혁신이 판가름할 것이다.
효율적 수소연료전지와 값싼 '그린 수소'를 여하히 생산, 조달할 역량을 보여주느냐가 관건이란 말이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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