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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LG화학서 배터리 분사, 이젠 K배터리다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17 18:05

수정 2020.09.17 18:13

12월 에너지솔루션 출범
개미 투자자 설득이 과제
LG화학이 17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배터리사업 분사를 확정했다. 10월 말 임시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12월 배터리사업 전담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을 공식 출범할 계획이다.

물적분할 방식을 통해 LG화학이 지분 100%를 갖게 된다. 이 때문에 개미 투자자들의 원성도 같이 쏟아졌다. 심지어 분사 반대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했다. 투자자들은 배터리 없는 LG화학을 "방탄소년단(BTS) 없는 빅히트엔터, 반도체 없는 삼성전자"에 비유하며 속을 태우고 있다.
반면 증권가에선 모기업 LG화학의 가치도 충분하다며 장기적으로 호재라는 분석도 나왔다. 소액주주들을 달래고 설득하는 일 역시 분사만큼이나 중요한 과제가 될 것 같다.

제2반도체로 불리는 전기차 배터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뜨거운 사업으로 꼽힌다. 한국 산업을 지탱해온 일등공신 반도체를 잇는 핵심 성장동력으로 수년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IHS마킷에 따르면 배터리 시장 규모는 연간 25%씩 성장해 2025년 180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메모리반도체 규모(150조원)를 웃돈다.

이 놀라운 성장기 시장에서 세계 1위가 LG화학이라는 사실은 자랑스럽다. 올해 1~5월 누적기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판매량에서 LG화학이 25.1% 점유율로 중국 CATL(23.8%)을 제치고 1위가 됐다. LG화학은 2·4분기 흑자전환에도 성공했다.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131% 늘었다. 배터리 독립 결심은 이런 사업 자신감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LG화학의 배터리 성과는 미래를 내다본 투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은 수뇌부의 용기 덕분이다. 1990년대 초 당시 구본무 회장은 영국 출장길에 충전식 2차 배터리를 접한 뒤 미래 먹거리로 확신했다. 2005년 2000억 가까운 적자도 났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결국 미국 GM을 뚫었고 포드, 폭스바겐, 르노 등에서도 수주가 밀려왔다.

급증하는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서도 설비와 기술투자가 절실하다. 배터리 분사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 있다. 상장을 통해 조달되는 자금으로 다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한국 배터리 산업은 SK이노베이션, 삼성SDI까지 합치면 세계 점유율 35%에 이른다.
배터리 강국의 토대가 충분하다. 하지만 전폭적인 정부 지원을 받고 있는 중국 업체들의 반격 등 만만찮은 복병이 있다.
이 모두를 이겨내려는 기업들의 노력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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