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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의 승부수… 25년만의 배터리 독립, 세계 1위 굳힌다 [배터리 초격차 노리는 LG ]

성초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17 18:33

수정 2020.09.17 18:48

LG화학, 배터리 사업 분사 확정
LG에너지솔루션 12월1일 출범
IPO 통해 대규모 투자 자금 유치
150조 수주·年 30%이상 성장 기대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제2의 반도체'로 불리는 배터리 사업에 승부수를 띄웠다.

그룹의 미래 양대 동력 중 하나인 배터리 사업을 LG화학에서 떼어내 'LG에너지솔루션(가칭)'으로 출범 시키기로 했다. 이는 지난 2018년 구 회장이 취임 일성으로 밝힌 '선택과 집중' 전략의 일환으로, 주요 계열사에 대한 사업 구조재편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향후 자동차 배터리 사업을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배터리, 그룹 미래사업 육성


LG화학은 17일 이사회를 열어 전문사업 분야로 집중을 통한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전지사업부문 회사분할안을 결의했다.

10월30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승인을 거친 후 LG에너지솔루션을 공식 출범시킬 예정이다.
신규법인 출범일은 12월 1일이다. LG가 1995년 배터리 사업에 뛰어든 이후 25년 만에 별도법인 설립을 확정한 것을 놓고 재계에선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배터리 사업을 키우겠다는 구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LG화학은 현재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1위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LG화학은 올 상반기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 24.6%로 중국 CATL(23.5%)과 일본 파나소닉(20.4%)을 제쳤다. LG그룹이 전 세계 선두 자리를 꿰찬 사업은 가전과 자동차 배터리뿐이다.

2000년 초기부터 그룹 유망사업으로 꼽혔으나, LG화학이 자동차 배터리사업에서 이익을 내기 시작한 것은 2018년 4·4분기가 처음이다. 이후 다시 적자를 이어오다 올해 2·4분기 흑자로 전환되며 전지부문에서 매출 2조8230억원, 영업이익 1555억원의 분기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재계 관계자는 "취임 후 지분매각을 통한 구조조정과 외부인재 수혈 등을 통한 미래사업 키우기에 집중한 구 회장의 경영전략이 배터리법인 신설 결정에서도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가치평가 제대로 받겠다"


LG가 분사 시기를 올해 말로 낙점한 것도 배터리 사업의 실적과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기업가치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시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LG화학도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구조적 이익창출 기반을 마련, 이 사업에서만 매년 30% 이상 성장을 자신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 수주잔액 150조원 이상 확보에 따른 연간 3조원 이상의 시설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자금을 적기에 확보해야하는 상황도 이유로 작용했다. 시장에선 배터리 신설법인이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금조달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G화학은 "분할을 통해 대규모 투자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할 수 있고, 사업부문별 독립적 재무구조 체제를 확립해 재무부담을 완화할 수 있게 된다"면서 "전기차 수요 확대에 따른 시설투자 자금은 사업활동에서 창출되는 현금을 활용하고, LG화학이 100% 지분을 가지고 있어 필요할 경우 여러 다양한 방법으로 자금조달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LG화학은 신설법인을 배터리 소재와 셀, 팩 제조 및 판매뿐 아니라 배터리 케어와 리스, 충전, 재사용 등 배터리 생애 전반에 걸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E-플랫폼' 사업에서도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춘 세계 최고의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2024년 매출 30조원 이상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신설법인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13조원 수준이다.
LG화학도 균형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로 '글로벌 톱5 화학회사'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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