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10살·8살 아이들이 '무슨 죄'…'참변 징후' 외면한 어른들

뉴스1

입력 2020.09.18 06:05

수정 2020.09.18 09:11

지난 14일 오전 11시16분께 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빌라 건물 2층 A군(10) 거주지에서 불이 나 A군과 동생 B군(8)이 중상을 입었다. 사고는 어머니가 집을 비운 사이 형제가 단둘이 라면을 끓여먹으려다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인천 미추홀소방서 제공)2020.9.16/뉴스1 © News1 박아론 기자
지난 14일 오전 11시16분께 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빌라 건물 2층 A군(10) 거주지에서 불이 나 A군과 동생 B군(8)이 중상을 입었다. 사고는 어머니가 집을 비운 사이 형제가 단둘이 라면을 끓여먹으려다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인천 미추홀소방서 제공)2020.9.16/뉴스1 © News1 박아론 기자

(서울=뉴스1) 심언기 기자 = 인천시 미추홀구 빌라 화재로 10살·8살 초등학생 형제가 전신 화상을 입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직접적 상해 원인은 화재지만 어른들의 무관심과 방임 속에 예견된 참변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경찰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인천 미추홀구 빌라 화재로 초등학생 A군(10)은 전신 40% 화상을, B군(8)은 5% 화상을 입었다. 사고발생 6분만에 119에 신고가 접수됐고, 소방당국이 5분 뒤 도착해 화재는 진압됐지만 두 형제는 장기 손상 등으로 중태에 빠졌다.

이들을 담당해온 드림스타트 관계자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불길이 번지자 큰아이는 곧바로 동생을 감싸 안았고, 상반신에 큰 화상을 입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A군 덕분에 B군의 화상 피해는 비교적 경미하지만, 화재시 발생한 연기를 흡입해 두 형제 모두 의식이 없는 상태로 알려졌다.

이번 화재는 두 형제가 보호자가 자리를 비운 사이 라면을 끓이다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화 사건이지만 사고가 발생 전 이미 수차례 다양한 '참변 징후'들을 무시한 '인재'(人災)라는 탄식도 나온다.

우선 초등생인 두 형제가 코로나19 사태로 등교하지 못한 것이 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사고발생 시각은 지난 14일 11시10분. 평소같았으면 학교에 있었을 시간이다. 형제가 등교했다면 급식으로 끼니를 해결할 수 있어 참변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다만 등교하지 않더라도 '돌봄교실'을 신청하면 급식지원은 가능하다. 하지만 형제의 모친은 돌봄서비스 제공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돌봄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은 모친은 사고 당시에 자리를 비웠고, 주린 배를 움켜쥔 아이들이 스스로 끼니를 채우려다 참변이 발생한 셈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전날(16일) SNS를 통해 "코로나19로 돌봄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을 위해 실질적 대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철저히 살피겠다"고 말했다. 박남춘 인천시장도 A군 형제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면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먼저 하고 복지의 빈틈 또한 찾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A군과 B군의 모친의 아동학대·방치 의심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모친 C씨는 2018년과 2019년에 이어 올해까지 총 3차례에 걸쳐 아동학대로 112 신고가 접수돼 경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복지법위반(신체적학대 및 방임) 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지난달 말에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되기도 했다.

아동보호기관은 지난 5월29일 인천가정법원에 C씨와 형제를 격리조치 해야한다며 보호명령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 8월27일 보호처분으로 상담위탁 판결을 내리고 격리조치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C씨에게 1주일에 한 차례씩, A군과 B군도 1년간 상담을 받도록 했다. 그리고 안타까운 참변은 법원이 격리조치를 받아들이지 않은 직후 발생했다.


결과적으로 '라면 화재' 사건은 돌봄 공백과 적극적인 행정·사법 당국의 아동보호 조치 미흡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 참변인 셈이다.

한편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 중인 A군과 B군은 사고 발생 나흘째인 현재까지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사고경위와 함께 C씨의 아동학대 등 추가 혐의에 대해서도 함께 들여다볼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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