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코로나19에 기업들 추석 선물도 '다이어트'…B2B 판매 줄었다

뉴스1

입력 2020.09.18 07:50

수정 2020.09.25 17:01

2020.9.7/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2020.9.7/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대구의 한 플라스틱 제조업체 A사는 올해 추석 직원들에게 나눠줄 선물세트 주문 수량을 100개에서 70개로 줄였다. 매년 선물하던 햄·치즈·식용유 세트도 올해는 농축산물로 바꿨다. 사장 이모씨(79)는 함께 고생한 직원들을 보면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사업을 시작한 이후 명절 선물 수량을 줄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이씨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올해 사업 자금 조달이 어려워져 어쩔 수 없이 예년보다 저렴한 선물을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자 추석 선물세트를 판매하는 식품업계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선물세트 시장 '큰손'인 기업 손님이 주문 수량을 줄이거나 단가를 낮추고 있어서다. 특히 추석은 설과 비교해 선물세트 매출이 10~20% 더 높아 식품업체간 경쟁이 더 치열하다.


◇ 기업 명절 상여금 9년만에 최저…"선물세트도 줄인다"

18일 시장조사기관 칸타월드패널에 따르면 지난해 명절 가공식품 선물세트 시장 규모는 1조212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8년 1조2163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선물세트 판매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기업 또는 개인 사업자에게 100~1000개 단위로 비교적 저렴하게 판매하던 '특판'(특별판매) 주문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특판 매출 상황은 대외적으로 밝히기 매우 민감한 부분"이라면서도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을 받아 대량 구매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아직 판매 초기 단계라 속단하긴 어렵지만 대기업과 달리 개인 사업자의 경우 올해 선물세트 주문을 지난해보다 줄이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기업들은 허리띠를 바짝 졸라맨 상황이다.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에 따르면 올해 추석 기업들이 지급하는 평균 상여금은 지난해(64만7000원)대비 6만1000원 줄어든 58만6000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 2012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최저 금액이다. 평균 상여금이 60만원대 밑으로 떨어진 것도 올해가 처음이다.

식품업체를 운영하는 정모씨(70)는 "올해 의도치 않게 상여금도 선물세트도 모두 줄이게 됐다"며 "직원들로부터 지난 명절보다 선물세트가 더 작다는 이야기를 들어 민망하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국내 기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1% 감소했다. 분기 매출이 10% 이상 역성장한 것은 지난 2015년 이후 처음이다. 매출 감소 폭도 대기업(-1.9%→-11.3%)과 중소기업(-1.8%→-4.9%) 모두 1분기 대비 더 크게 나타났다. 추석을 앞두고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그만큼 더 많다는 얘기다.

◇ 대형마트 고급 선물 수요↑…B2C 고객 '온라인몰'로 잡는다

식품업계로선 명절을 전후해 단골 거래 고객인 기업이나 소규모 사업자의 경영 악화가 안타까운 상황이다. CJ제일제당 '스팸' 판매의 60% 이상을 명절 선물세트가 차지한다. 동원F&B 대표 상품 '동원참치'도 연 매출 25%가 설과 추석 명절에 집중적으로 몰려있다.

다만 전체 추석 선물세트 매출에서 기업 특판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대형마트나 온라인을 통한 개인 판매로 만회가 가능하기 때문에 아직 전체 판매 실적을 예단하긴 어렵다.

실제로 이달 이마트 추석 선물세트 사전예약 판매 기간 20만원이 넘는 고가 한우세트 매출은 전년 대비 28.4% 상승했다. 현대백화점에서도 한우 (50만원 이상) 판매가 약 121%, 굴비(30만원 이상) 판매가 90% 오르는 등 고급 농축수산물 인기가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국민권익위원회가 농축수산물 선물 상한액을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조정하면서 고가 농축수산물 수요는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식품업계는 온라인 몰 판매를 강화하는 전략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올해 온라인몰 'CJ더마켓'에서 여러 배송지에 선물을 보내고 일괄 결제가 가능한 '다중 배송' 서비스를 강화했다. 특히 Δ비비고 한상차림 선물세트 ΔCJ 간편차림 선물세트 Δ고메 간편간식을 포함한 온라인 전용 판매 상품도 선보였다.


동원F&B도 앞서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잼라이브'에서 선물세트와 인기 상품을 최대 54% 할인가에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자사 온라인몰 '동원몰'에선 동원 선물세트와 건강기능식품·생활용품 선물세트를 최대 40% 할인 판매하며 고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이번 추석은 온라인몰 판매가 얼마나 늘어날지가 관건"이라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맞는 첫 명절이기 때문에 앞으로 선물세트 상품 구성과 사업을 계획하는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