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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영통지받자 종교활동 재개하며 전쟁게임..法 “종교적 신념 깊지 않다”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21 06:00

수정 2020.09.21 05:59

입영통지받자 종교활동 재개하며 전쟁게임..法 “종교적 신념 깊지 않다”


[파이낸셜뉴스] 입영통지를 받은 뒤 9년간 중단했던 종교활동을 재개하며 병역을 거부한 남성에 대해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법원은 이 남성이 병역거부 수사를 받는 도중에도 폭력적 내용의 총기게임을 계속한 점 등을 근거로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병역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7월 현역 입영통지서를 수령했는데도 정당한 사유 없이 소집일로부터 3일이 경과할 때까지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2006년 8월 침례를 받아 정식으로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됐지만 2009년부터 종교 활동을 중단하다 입영통지서 수령 이후인 2018년 9월부터 여호와의 증인으로서 종교 활동을 재개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재판과정에서 "종교적 신념에 따라 입영을 거부한 것이므로 병역의무를 이행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재판의 쟁점은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것인지 여부였다. 2018년 1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종교적·양심적 병역거부자를 병역법 위반 등으로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한 바 있다. 2004년 이후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유죄 입장을 견지해 온 대법원이 14년 만에 종전 판례를 변경한 것이었다.

대법원은 그러면서 병역을 거부한 양심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해야'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로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람의 내면 깊이 자리 잡은 것으로 삶의 전부가 그 신념의 영향력 아래 있어야 하고, 고정불변의 정도는 아니어도 좀처럼 바뀌지 않는 신념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또 "신념과 관련한 문제에서 상황에 따라 다른 행동을 한다면 그러한 신념은 진실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기준도 제시했다.

A씨 사건의 1심은 A씨가 검찰에서 2018년 11월경까지 병역법위반 수사를 받으면서도 배틀그라운드(전쟁게임), 오버워치(총기저격게임) 같은 폭력적 내용의 게임을 계속했다는 진술과 게임을 할 당시에는 양심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으며, 종교활동을 다시 시작할 무렵에는 게임을 중단했다는 법정 진술을 주목했다.

이를 근거로 1심은 “병역거부를 할 당시 종교 교리에 따른 신념과 양심에 따라 전쟁을 위한 연습에 참여할 수 없고, 총기 자체를 들 수 없다는 이유로 병역거부를 하면서 폭력적인 총기 저격게임을 하면서는 양심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며 “병역거부 당시 종교적 신념이 깊거나 확고하다고 볼 수 없고,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고 볼 수 없다”며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에 이어 대법원도 1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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