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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석탄에 에너지공기업 가치 '뚝'… 예견됐던 '경쟁력 상실' [겉도는 신재생에너지 정책]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20 17:32

수정 2020.09.20 19:09

<上> 백지화된 에너지공기업 IPO
정권 따라 에너지 로드맵 갈팡질팡
與 반발에 에너지공기업 상장 전무
화력발전 감축에 매출·이익 감소세
12개 에너지공기업 올 부채 197조
탈석탄에 에너지공기업 가치 '뚝'… 예견됐던 '경쟁력 상실' [겉도는 신재생에너지 정책]
정부 에너지분야 로드맵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갈팡질팡하면서 신재생에너지 전환이 시급한 에너지 공공기관의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주식시장 상장을 통해 해당 재원을 마련한다던 계획은 현 정부 들어 사실상 백지화됐다. 문제는 이미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경쟁력을 상실하면서 지금은 상장에 나선다고 해도 제값을 받기 어렵게 됐다는 점이다.

'백지화'된 에너지 공기업 IPO


20일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에 따르면 남동발전, 남부발전, 동서발전, 서부발전, 중부발전 등 발전 5사와 한국수력원자력, 한전KDN, 한국가스기술공사 등 8개 기관 중 상장사는 전무하다. 이들은 지난 2016년 12월 정부가 상장대상 에너지 공공기관으로 선정, 공식화했던 공공기관이다. 당시 기재부는 2017년 안에 남동발전과 동서발전을 우선 증권시장에 상장한 뒤 남부·서부·중부발전은 2019년까지, 한수원과 한전KDN·가스기술공사는 2020년까지 기업공개(IPO)를 끝내기로 했다.


정부는 당시 지분의 20~30%만을 우선 상장하되 정부 등 공공 지분은 51% 이상 유지하는 이른바 '혼합소유제 방식'의 IPO를 계획했다. 상장을 통해 공공기관의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고 민간 자본 유입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동시에 상장으로 유입된 자금은 신재생에너지 등 에너지신산업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또 한국전력이 독점한 배전 등 전력 판매 부문을 단계적으로 민간에 개방해 전력시장에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는 청사진까지 내놨다.

그랬던 IPO 계획이 이듬해 문재인정부가 집권한 이후 백지화됐다. 추진 과정에서 상장 대상 공기업 기업가치 측정에 정부와 발전사, 상장 주관사 간 이견이 존재했지만 '에너지 공공기관 상장은 곧 민영화'라는 여당의 반대가 결정타로 작용했다. 당시 에너지공공기관 상장 태스크포스(TF)팀에 근무했던 관계자는 "상장 여부를 두고 국회에서 논의가 진행됐고 상장 후 외국자본이 들어올 경우 국부유출 우려가 제기되면서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기재부는 2017년 9월 해당 팀을 해체했다.

다만 기재부는 해당 계획이 공식적으로 철회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정남희 기재부 공공정책국 재무경영과장은 "정부가 공식적으로 공공기관 IPO 계획을 '백지화'한 적은 없다"며 "그러나 현재로선 제대로 가치를 평가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2016년 12월 당시 한국전력 주가는 4만5000원가량이었지만 현재 주가는 2만원대까지 떨어졌다. 한전이 에너지 공공기관 가치평가 비교대상 기업이란 점을 감안하면 이들 상장대상 공기업들의 가치는 절반 이하로 떨어진 상태다.

부채증가·수익 하락 '악순환' 우려


발전사 기업공개를 추진하던 2016년 전후와 비교해 현재 상황은 180도 다르다. 문재인정부는 탈원전·탈석탄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라 화력발전을 크게 감축한다.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을 보면 2034년까지 석탄발전 60기 중 30년 이상 된 노후 석탄발전 30기(15.3GW)를 폐지한다. 석탄발전 비중(설비)도 2034년 14.9%로 줄어든다.

이 같은 정책 전환에서 발전 공기업의 IPO 백지화는 당연한 수순이다. 급격한 탈원전 정책과 달리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탈석탄 정책에는 국민들이 비교적 우호적이다. 이 때문에 정권이 바뀌어도 석탄 중심의 발전공기업의 시장가치가 높아지지 않는 한 '민영화' 제기는 쉽지 않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현재 석탄발전 감축 상황에선 상장(기업공개)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올 상반기 발전 공기업 5개사 중 4개사는 매출·이익이 모두 감소했다. 원인은 복합적인데 환경정책 비용이 크게 늘어나는 게 이유 중 하나다. 이런 상황에서 발전 공기업은 정부의 그린뉴딜, 신재생 확대(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 20%) 정책에 맞춰 수조원대의 투자계획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투자 재원을 채권 발행 등으로 마련하는데, 이는 부채비율을 끌어올린다. 기재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2020~2024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보면, 12개 에너지 공기업은 부채가 올해 197조5000억원에서 2024년 220조9000억원으로, 부채비율은 268.5%에서 305.6%로 증가한다.

발전사의 재무 악화가 지속되면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비용 증가 등이 우려된다.
발전 사업자의 과다 비용·과다 투자는 전기요금 인상을 압박한다.

업계 관계자는 "석탄화력 감축 등 미세먼지 저감의 환경 정책은 다음 정권이라도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다.
환경부담금의 합리적 분담 등 전력요금 개편, 재무건전성 강화와 경쟁 촉진을 위한 인센티브·페널티 제도 도입 등 변화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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