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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고용 '의무' 아닌 '사회적 가치 창출'로 인식해야"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20 17:34

수정 2020.09.20 17:53

설립 30주년 맞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조종란 이사장
의무고용 장애인 24만명
30년 간 30배 늘어 선진국 반열
SK·롯데·CJ 등 기업들 큰 기여
중증장애인 일자리 여전히 소외
연내 직업훈련센터 6곳 늘릴 것
조종란 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이 지난 15일 공단 집무실에서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조 이사장은 "공단 설립 30년 동안 장애인 고용은 양적·질적으로도 성장했다"며 "앞으로는 중증장애인을 위한 고용 확대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박범준 기자
조종란 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이 지난 15일 공단 집무실에서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조 이사장은 "공단 설립 30년 동안 장애인 고용은 양적·질적으로도 성장했다"며 "앞으로는 중증장애인을 위한 고용 확대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박범준 기자
1988년 서울올림픽이 끝나고 2년 뒤인 1990년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설립됐다. 장애인 일자리 환경이 척박했던 우리나라는 30년 만에 장애인 고용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조종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은 올해 공단 설립 30주년을 맞아 지난 15일 공단 집무실에서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30년 전 0.43%였던 장애인 고용률은 현재 2.92%로 7배 가깝게 늘었다"며 "의무고용 장애인의 숫자도 당시 8000명 정도에서 현재 24만명으로 약 30배 늘었다"고 말했다.

조 이사장은 "현재 SK를 필두로 롯데푸드, 보령제약, CJ프레시웨이 등 주요 기업들이 장애인 고용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30년 역사의 공단 산증인인 조 이사장은 "과거엔 장애인이 일자리를 얻는 것만으로도 행운이라는 시절이 있었다"면서 "30년 성과를 넘어 중증장애인으로 고용 영역을 넓히기 위해 현재 13개인 발달장애인훈련센터를 연내 19개로 늘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애인고용공단 30주년 성과는.

▲설립 당시 우리나라는 장애인 고용의 불모지였다. 장애인고용의무사업체 고용률은 1991년(0.43%)과 비교해 지난해 말(2.92%)로 6.8배 늘었다. 이곳에서 일하는 장애인 노동자 숫자도 8000여명에서 24만5000명으로 30배 넘게 성장했다.

―다른 국가에 비해 우리나라 장애인 고용 지원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비교해 중상위급 수준이다. 국가마다 기준 차이가 있지만 우리나라의 장애인 고용률은 2019년 50.0%(15~64세)다. 영국(53.2%, 16~64세), 호주(47.8%, 15~64세) 등과 비슷하고 미국(30.9%, 16~64세)보다는 높다. 개발도상국과 일부 유럽 선진국에서도 우리나라 장애인고용 정책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문의가 여럿 들어오고 있다. 우리나라 장애인 고용을 위한 훈련과 지원 방식 등 전반적인 절차가 뛰어나다는 점을 인정해주는 분위기다.

―장애인 고용 의무제 도입 현주소는.

▲과거 의무고용률이 2%였는데, 현재는 공공부문 3.4%, 민간부문 3.1%다. 2022년과 2023년에는 이 비율을 매년 0.2%포인트씩 늘려 2024년 이후는 공공 3.8%, 민간 3.5%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기준 의무고용 대상기업체 수는 약 3만개로 의무고용률을 이행한 기업은 전체 43% 수준이다. 아직도 10개 기업 중 6개 기업은 장애인 의무고용을 하지 않고 있다.

―기업의 의지가 중요하다. 고용에 모범적인 기업들을 소개해달라.

▲SK가 대표적이다. SK는 최태원 회장의 사회적가치 약속을 기반으로 2019년부터 전 계열사에서 장애인 고용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SK㈜는 전체 장애인 근로자 중 중증장애인 비율이 50%를 넘고, 장애인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씨앗프로그램을 운영해 올해 공단의 '트루컴퍼니(장애인고용신뢰기업)' 대상을 받았다. 롯데푸드 역시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올 6월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푸드위드'를 열고 장애인 근로자를 신규 채용했다. 보령제약은 제약업계 장애인 고용을 이끌고 있으며, CJ프레시웨이는 장애인을 위한 쉬운 직무 등을 개발해 중증·여성 장애인을 적극 고용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고용 타격이 우려된다.

▲공단 자체 취업시스템에 따르면 전년 대비 구인, 구직이 감소했다. 공단과 접점에 있는 단체, 복지관, 직업재활시설 등도 오랜 기간 휴업인 곳이 많아 어렵다. 하지만 외환위기, 메르스 때 경험을 바탕으로 고용노동부와 공단이 함께 노력하고 있다. 공단은 코로나로 어려운 기업의 경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장애인 고용장려금과 고용유지지원금을 한시적으로 중복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장려금 지급시기도 분기에서 월 단위로 바꿨다. 최근에 문을 연 '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도 장애인 근로자의 직장 내 인권과 고용 유지를 지원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장애 인식은.

▲발달장애인은 이들에 맞는 직무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2016년도 서울 성일중학교에 발달장애인 훈련센터 1호를 지을 때 주민들의 반대가 심했다. 하지만 현재는 지역주민들이 반기는 시설이 됐고 '모범·적극행정 우수기관'으로도 선정됐다.

―30년 성과에 이어 앞으로 핵심 추진 정책은.

▲노동시장 진입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으로 고용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다. 아울러 저임금 장애인 근로자나, 고용되었으나 차별받는 장애인 근로자에 대한 지원도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중증장애인 일자리는 핵심 해결과제다. 전체 장애인구 262만명 가운데 중증장애 비율은 무려 38%(99만명)에 달한다.
중증장애인의 고용 환경을 일구기 위해 발달장애인훈련센터를 현재 13개에서 올해 말까지 19개로 늘릴 계획이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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