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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은 무슨, 당장 먹고 살기도 막막한데…" 섬진강 주민들의 시름 [현장르포]

김도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22 17:21

수정 2020.09.24 21:04

남원 금지면 하도마을
소 떠내려가고 비닐하우스 무너져
피해복구에 1609억원 소요될듯
"집수리비 등 마련하려 빚 떠안아
정부 2차 조사·재난지원금 절실"
추석을 9일 앞둔 22일 전북 남원시 금지면 하도마을 최희범(52) 이장이 "수해복구가 더디게 진행돼 답답하다"고 걱정했다.
추석을 9일 앞둔 22일 전북 남원시 금지면 하도마을 최희범(52) 이장이 "수해복구가 더디게 진행돼 답답하다"고 걱정했다.
【남원=김도우 기자】 "홍수에 소들이 떠내려가고 비닐하우스도 사라졌어요. 텃밭에 뭐가 있어야 명절을 지낼 텐데, 올해 추석은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요."

21일 전북 남원시 금지면 하도마을에서 만난 주민들은 홍수가 난지 달포가 지났지만 여전히 수마가 할퀴고 간 상처에 신음하고 있었다. 이곳은 지난달 8일 오전 7시30분쯤 섬진강의 범람과 제방 붕괴로 주택이 침수돼 파손되고 사육하던 한우 등 가축이 홍수에 떠내려가는 최악의 홍수 피해를 입었다.

마을 입구에서 만난 임종배(70)씨는 한숨부터 쉬었다. "뭐부터 말할 까요. 비닐하우스는 없어지고 기르던 가축은 죽고 매달아 놓은 강아지 사채 썩은 냄새 때문에 지금도 머리가 아파요"

임씨는 "하도마을은 감자가 유명한데 올해 농사는 망쳤고, 내년 농사를 하려면 최소 10월15일 파종을 해야 하는데..." 끝내 말을 잊지 못했다.


비닐하우스에 겨울 감자를 재배해 내년 2월 출하하려면 적어도 10월 초에는 씨앗을 뿌려야 하는데 아직 아무것도 한 게 없다는 하소연이다.

생계 막막… 2차 피해조사도 미흡


전북 남원시 금지면 하도마을에서 만난 주민들은 더디게 진행 중인 수해 복구 상황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52가구 140여명이 생활하는 이 마을 주민들은 생계가 막막하다. 마을 주민들은 "이런 상황에 2차 피해조사도 안했다. 1차 피해가 10일 만에 진행돼 빠진 것이 많고 그때는 작동 되다가 지금은 안되는 농기계 가전제품이 많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마당을 차지하던 농기구와 가재도구 등을 모두 폐기해 정돈된 듯 보일 뿐 집안 내부는 앙상한 시멘트 벽체만 남은 곳이 한두 곳이 아니었다. 침수 피해가 발생한 지 45일이 됐지만, 물기가 마르지 않아 도배·장판을 새로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도마을을 포함한 일대 14개 마을은 지난달 7∼8일 집중호우와 섬진강 제방 붕괴로 주택과 농작물 등에 큰 피해가 났고 12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복구비 1700억원 예상… 피해복구 '언감생심'


남원시가 집계한 피해액은 사유시설 105억원, 공공시설 520억원으로 복구액은 이보다 3배가 많은 총 1609억원이 소요될 예정이다.

금지누리문화센터 대피 시설에서 한 달 넘게 생활했던 이재민들은 한 다문화가정을 제외하고 최근에서야 모두 마을로 돌아왔다. 9가구는 마을회관으로 자리만 옮겼을 뿐 여전히 집단으로 숙식을 해결하는 처지다.

들녘 상처투성이 비닐하우스는 설치비가 대폭 올라 쉽게 복구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주민들에 따르면 비닐하우스 시설 복구 비용은 길이 100m, 내부 면적 660㎡ 크기 기준으로 1500만∼2000만원가량 소요된다. 올해 수해 발생 전보다 최소 300만원 이상 오른 수준이다.

김태원(49)씨는 "비닐하우스 4개 동을 새로 짓는 데 인건비만 1000만원이 들었고 이마저도 현금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시설 복구에 나서려는 농가들은 많지만,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인부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고 자재 가격마저 올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종배(70)씨는 "올해 농자재 대금과 인건비 등이 수해로 고스란히 빚으로 떠안게 된 상황에서 집수리에다 살림살이를 새로 장만하면서 주머니가 텅 비었다"며 "다시 농사를 지으려면 빚을 얻어야 하는데, 정부 발표와 달리 은행 문턱도 높아 녹록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하도마을 이장 최희범(52)씨는 "신속히 수해를 복구하고 일상을 되찾는 게 절실하지만 지원금은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라며 "수해 직후 당국이 피해조사를 서둘러 진행하면서 농기계와 보일러 등 누락된 부분이 너무 많아 2차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이장은 "올 추석은 제사도 명절도 없다.
침수피해로 가족이 더 오려고 할 것인데 그게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964425@fnnews.com 김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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