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독감백신 500만명분 일부 상온노출… 폐기땐 겨울전 접종 차질 [독감백신 무료접종 중단]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22 17:37

수정 2020.09.22 19:22

정부, 무료접종 일시중단
배송과정서 냉장온도 유지 안돼
2순위 유통업체 준비부족이 원인
제약사들은 이미 올해 생산 종료
독감백신조달 업체의 유통과정 문제로 국가 예방접종 사업이 잠정 중단된 22일 서울 송파구의 한 소아과 병원에 독감 무료접종 일시중단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독감백신조달 업체의 유통과정 문제로 국가 예방접종 사업이 잠정 중단된 22일 서울 송파구의 한 소아과 병원에 독감 무료접종 일시중단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정부가 22일부터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무료 접종 계획을 일시 중단했다. 의약품 유통업체가 백신을 배송하는 과정에서 냉장 온도가 제대로 유지되지 않아 이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백신이 대규모 폐기될 경우 겨울이 오기 전에 제대로 접종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제약사들의 독감백신 생산은 이미 종료됐고 현실적으로 재생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상온노출로 효능감소 우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2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청 브리핑에서 "조달 계약업체의 유통 과정에서 백신 냉장온도 유지 등 부적절 사례가 지난 21일 신고됐다"며 "이는 백신 물량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며 백신 제조 및 생산 상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 청장은 "문제가 된 물량에 대한 최종 품질 검사를 통해 안전성을 확인한 후 백신 접종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며 "안전성 검증에는 약 2주 정도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신성약품은 정부의 조달계약에 따라 1259만도즈(1회 접종분)를 의료기관에 공급하기로 했다. 현재 약 500만도즈 정도를 공급했고 이 중 일부가 상온에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접종은 이뤄지지 않았다. 독감백신은 온도에 따라 단백질에 영향을 받아 효능이 떨어질 수 있다. 의약품 유통업체 2위인 신성약품은 올해 처음으로 인플루엔자 백신 조달 계약을 체결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순위 업체가 공급확약서 미제출로 적격심사에서 부적격 처리돼 신성약품이 계약을 수주했다.

이 회사는 냉동차에서 냉장차로 백신을 옮겨 싣는 배분 작업을 야외에서 진행하면서 차 문을 열어두거나 백신 제품을 판자 위에 일정 시간 방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업체는 냉장유통(콜드체인) 준비를 충분히 못한 상태로 계약을 체결한 데다 백신 배송에 대한 경험이 부족해 이같은 사태가 발생했다.

업체가 고용한 일부 배송 기사들은 공터 등에 모여 백신을 분배하면서 냉장차의 문을 한참 열어두거나 판자 위에 박스를 쌓아두고 확인 작업을 진행했다. 이 사실은 과거 백신을 다룬 경험이 있었던 몇몇 배송 기사의 지적으로 외부에 알려졌다.

물량 폐기 시 백신 접종 차질


최근 인플루엔자 백신을 공급받은 의료기관에서도 백신 상온 노출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장현재 파티마의원 원장은 "이번에 800개가량 물량을 주문했는데 당연히 아이스박스에 얼음까지 넣어서 와야 할 백신이 택배처럼 도착해 깜짝 놀랐다"며 "독감 백신은 2~8도의 적정온도에 맞춰야 효능을 발휘하는데 상온에 노출돼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백신의 경우 적정온도를 유지하지 않으면 단백질 함량이 낮아져 효과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다른 안정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검증 결과 안전성에 문제가 있어 해당 물량을 폐기해야 할 경우 올해 접종 계획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장 원장은 "제약사에서 제조가 끝났기 때문에 병원에서는 구입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제약사들은 이미 국내 인플루엔자 백신 생산을 종료했다. 독감 백신 생산 일정과 해외 수출 물량 준비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재생산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백신 생산에는 3~4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인플루엔자 백신은 접종 2주 후부터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늦어도 11월까지 접종을 마쳐야 한다.

한편, 정부는 올해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이른바 '트윈데믹'(twindemic)을 방지하기 위해 올해 독감 무료 접종 대상자를 대폭 확대한 바 있다.
또 올해 무료 대상자를 늘려 접종시기가 전년 10월 초에 비해 앞당겨졌다. 올해 무료 접종 대상자는 생후 6개월∼만 18세 소아·청소년과 임신부, 만 62세 이상 등 1900만명이다.
보건당국은 당초 22일부터 18세 이하 소아·청소년(2002년 1월 1일∼2020년 8월 31일 출생아)과 임신부를 대상으로 무료 접종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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