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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수소트럭 니콜라 사태, 혁신 버블에 경종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22 18:44

수정 2020.09.22 18:44

사기논란 휘말려 주가 급락
제2의 닷컴거품 경계해야
미국 수소전기차 업체인 니콜라 주가가 급락했다. 수소차의 실체를 둘러싼 사기 논란에 이어 창업자인 트레버 밀턴이 전격 사임했기 때문이다.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에서 니콜라는 19% 넘게 폭락했다. 사기 논란은 공매도 업체인 힌덴버그 리서치의 보고서가 결정타였다. 보고서는 "니콜라가 대규모 사기극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수소연료전지 등 핵심기술의 실체가 없다는 의혹까지 더해지면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법무부가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당장 니콜라에 총 1억달러(약 1200억원)를 투자한 한화그룹이 난처해졌다. 니콜라 주식에 투자한 이른바 서학개미(국내 개미투자자)들도 좌불안석이다. 서학개미가 보유한 니콜라 주식은 약 1800억원 규모로, 21일 하루 투자손실만 300억원대에 이른다.

수소차 강자인 현대차에겐 니콜라 사태가 오히려 호재가 될 수 있다. 현대차는 지난 6월 세계 최초의 양산형 수소트럭 엑시언트를 스위스에 수출했다. 앞서 현대차는 니콜라의 잇단 제휴 러브콜을 거절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20여년 전부터 수소전기차를 개발해온 현대차가 니콜라의 수소트럭 양산 능력에 회의적 시각을 가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들어 뉴욕 증시는 애플·테슬라·알파벳(구글 지주사) 등 대형 기술주를 중심으로 롤러코스터를 탔다. 전문가 중에는 글로벌 증시에 거품이 잔뜩 끼었다고 보는 이들이 꽤 많다. 코로나19 악재 탓에 실물경제만 보면 주가가 들썩거릴 이유가 없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제로금리 정책에 무제한 양적완화(QE)를 시행하면서 시장에 유동성이 넘친다. 여기에 각국 정부도 재정을 확 풀었다. 이렇게 생긴 유동성이 증시 버블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0.5%)로 내렸고, 한국판 양적완화를 시행 중이다. 문재인정부는 모두 4회에 걸쳐 추가경정예산을 짰다. 증시에 몰린 돈은 동학개미·서학개미라는 신조어를 낳았고, 빚투·영끌 논란까지 불렀다.

코로나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면 유동성을 풀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위적 부양은 늘 부작용을 낳는다.
2000년대 초 닷컴 버블에 이어 2008년에 터진 금융위기가 반면교사다. 니콜라는 수소차 혁신 붐에 편승한 듯한 인상을 준다.
행여 니콜라가 위험을 미리 알리는 탄광 속 카나리아가 아닌지 신중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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