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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 대신 반값만 외친 ‘테슬라 배터리’… 국내업계에는 기회 [전기차 대중화 경쟁 가열]

성초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23 17:50

수정 2020.09.23 21:13

가격파괴 어떻게
건식공정·니켈양극재 등 제시
2022년 100GWh 자체생산
배터리업계 영향은
LG화학 등도 연구중인 기술
공급확대·협업 등 기대감도
신기술 대신 반값만 외친 ‘테슬라 배터리’… 국내업계에는 기회 [전기차 대중화 경쟁 가열]
테슬라가 전 세계 기업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배터리데이에서 절반 가격의 배터리를 3년 내에 내놓겠다고 선언하자 국내 배터리 업계에는 우려와 기대감이 교차했다.

가격 파괴 발언에 주목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당초 시장에서 기대했던 '전고체 배터리'나 '100만마일 배터리' 기술 대신 나온 테슬라의 '가격 파괴' 발언에 배터리 기업들은 평가는 엇갈렸지만, 향후 테슬라의 행보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배터리 공정 혁신으로 배터리 가격을 지금보다 56%까지 낮출 수 있다"며 "비용 절감이 반영된 2만5000달러짜리 전기차를 18개월 후에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머스크가 제시한 배터리 기술도 원가 절감에 집중됐다.

이날 소개된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셀 '4680'은 현재 LG화학이 테슬라에 공급하고 있는 '2170'에 비해 지름이 2배 이상 크다. 이 때문에 용량은 5배, 출력은 6대, 주행거리는 16%가 더 길다는 것이 테슬라의 설명이다.


이 같은 배터리 성능을 구현하기 위한 기술로는 건식 전극 공정과 하이니켈 양극재, 실리콘 음극재 등이 제시됐다. 이들 기술을 담은 배터리 셀을 자동차 섀시(차체)와 일체화하는 배터리팩 형식으로 만들어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양극재에서 코발트 함량을 줄이고 니켈 함량을 높이거나 실리콘 음극재를 적용하는 것은 국내 배터리3사도 모두 연구하고 있다.

3년 내 실현 가능할까


하지만 머스크의 "모든 기술을 실현하는 데 3년가량 걸릴 것"이란 발언에 대해선 20년 이상 배터리를 연구해온 기업들도 긴장감을 내비치고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날 발표의 핵심은 신기술보다는 가격과 속도에 있다"며 "이미 배터리 제조 공정에 대한 연구를 끝마친 듯한 오늘 발언은 배터리 기업들엔 단가 인하를 강하게 요구하는 압박으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했다. 또 테슬라는 자체 배터리 생산을 2022년까지 100GWh, 2030년까지 3TWh까지 늘린다는 계획도 내놨다.

현재 세계 1위 배터리 업체인 LG화학의 올해 연간 생산 목표치가 100GWh다. 이날 테슬라는 배터리 내재화에 대한 명확한 계획을 밝히진 않았지만 이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테슬라가 배터리 공급과 내재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금까지 배터리 생산 경험이 전무한 테슬라가 당장 3년 내 대규모 생산체제를 구축하긴 무리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날 머스크가 트위터를 통해 "LG화학과 파나소닉으로부터 배터리 공급량을 늘리겠다"는 발언도 향후 배터리 협력사와의 협업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테슬라가 발표한 배터리 기술 가운데 양극재와 음극재 관련 기술은 이미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를 주력으로 하고 있는 LG화학과 파나소닉이 구현하고 있는 기술이다. 앞서 시장에선 테슬라가 중국의 CATL과 손잡고 인산철(LFP) 배터리에 망간을 추가한 LFMP 배터리 신기술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완전히 빗나간 셈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원통형, 하이니켈 양극재, 실리콘 음극재 등 테슬라의 주요 소재 개발계획이 LG화학, 파나소닉이 추구하는 방향과 부합하는 만큼, 향후 테슬라가 배터리 공정에서 LG화학 등과 손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세계 전기차 시장을 이끌고 있는 테슬라의 계획이 현실화된다면 조건이 부합하는 배터리 기업에는 엄청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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