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테슬라 '배터리 데이' 지켜본 韓 업계 초긴장…"내재화 머지않았다"

뉴스1

입력 2020.09.24 06:01

수정 2020.09.24 09:52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23일(한국시간) '배터리 데이'에서 발언하고 있다(테슬라 라이브 캡처). © 뉴스1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23일(한국시간) '배터리 데이'에서 발언하고 있다(테슬라 라이브 캡처). © 뉴스1


테슬라가 23일 밝힌 새로운 원통형 배터리 '4680'(테슬라 라이브 캡처). © 뉴스1
테슬라가 23일 밝힌 새로운 원통형 배터리 '4680'(테슬라 라이브 캡처). © 뉴스1


지난해 10월 대구 북구 엑스코(EXCO)에서 개막한 '대구 국제 미래자동차 엑스포(DIFA) 2019'를 찾은 시민들이 테슬라의 보급형 전기차 '모델 3'를 살펴보고 있다. 2019.10.17/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지난해 10월 대구 북구 엑스코(EXCO)에서 개막한 '대구 국제 미래자동차 엑스포(DIFA) 2019'를 찾은 시민들이 테슬라의 보급형 전기차 '모델 3'를 살펴보고 있다. 2019.10.17/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서울=뉴스1) 류정민 기자 = "테슬라가 전고체 배터리처럼 아직은 뜬구름 잡는 것 같은 얘기를 했다면 오히려 긴장 안 했을 겁니다. 실현 가능해 보이는 방안을 제시한 것 같아 더욱 무섭게 느껴집니다."

배터리 업계가 23일(한국시간) 테슬라가 '배터리 데이' 행사에서 발표한 전기차 배터리 개발 로드맵(단계별 이행안) 제시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날 배터리 데이 행사에서는 항간에서 거론됐던 '전고체 배터리'(전해질과 분리막을 고체화해 안전성과 효율을 높인 차세대 배터리)나 '100만마일(160만㎞) 수명의 배터리'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대신 현재 배터리 업체들의 기술개발 현안인 리튬이온 배터리의 성능 향상 및 생산비용 절감과 관련해 매우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테슬라가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가 관련 업계에서 나온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소재 테슬라 공장 주차장에서 열린 배터리 데이 행사에서 기존 원통형 배터리보다 5배의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고 출력은 6배 강한 새로운 배터리인 '4680'의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4680은 지름 46㎜, 길이 80㎜인 원통형 배터리를 의미한다. 1865, 2170 등 기존 제품보다 덩치를 키운 것으로, 테슬라는 이런 배터리를 기존보다 56%가량 저렴한 비용으로 만들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테슬라는 이 같은 저렴한 배터리 생산을 위해 Δ셀 디자인 변화를 통한 원가 절감(14%) Δ건식 전극 코팅 등 셀 제조변화(18%) Δ실리콘 음극재 채용 확대(5%) Δ양극재 원료 변화-원료 중 니켈 함유량 증대 및 코발트 축소 등(12%) Δ부품경량화(7%) 등 5가지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함께 제시했다. 이 같은 기술이 실현되면 주행거리는 54%가량 개선되며, 기가와트(GWh) 당 투자비는 69%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테슬라는 언급했다.

테슬라는 이 같은 생산방식 개선을 통해 18개월 뒤인 2022년에는 기존 전기차의 반값 수준인 2만5000달러(약 2900만원)의 전기차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한 대형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테슬라가 언급한 5가지 비용 절감 방안은 현재 배터리 업체들도 모두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기술들로 새로울 게 없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주목할 부분은 테슬라가 밝힌 실현 시점"이라며 "불과 2년 후인 2022년 후에 이를 실현하겠다는 것인데 현 배터리 제조사들은 적어도 5년 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던 기술들"이라고 말했다.

특히 테슬라가 이날 배터리 생산 캐파 확대 계획을 밝힌 것을 두고는 사실상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날 테슬라는 2022년까지 배터리 캐파를 100GWh까지 확대하고, 2030년에는 그보다 30배 많은 3테라와트(TWh)까지 수급량을 늘린다는 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통상 배터리 공장 착공부터 생산까지는 2년 정도가 걸리는 데 2022년까지 배터리 캐파를 100GWh로 확대하겠다고 한 것은, 이를 위한 테슬라의 배터리 공장 착공이 머지않았다는 것"이라며 "100GWh에 달하는 모든 배터리 물량을 자체 생산한다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상당 부분을 자체 생산해 내재화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머스크가 최근 파나소닉이나 LG화학 등으로부터 배터리 수급량을 늘리겠다고 밝힌 만큼 배터리 협력사로부터 공급받고 일부는 자체 생산해 내재화하는 병립 체제를 곧 시작하겠다는 얘기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테슬라의 내재화 계획과 관련해서는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한국 배터리 3사에 미칠 영향은 당장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3사 중 테슬라에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하는 기업은 현재는 LG화학이 유일하며, LG화학은 2170 NCM811 배터리를 공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머스크가 현 수급 상태로는 2022년 이후에는 배터리 수급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한 만큼 LG화학의 공급 물량이 당장 줄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원통형 배터리 제조기술이 있는 삼성SDI가 추가로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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