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대법·감사원 무시한 방사청, K11 실패 책임·비용 업체에 떠넘겨

【파이낸셜뉴스 부산=노동균 기자】 방위사업청이 전력화 중단이 결정된 K11 복합형 소총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제하고 모든 책임을 방산업체들에 떠넘기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K11 제작을 맡았던 업체들이 방사청의 무리한 계약해제에 잇달아 소송에 뛰어들면서 분쟁 규모는 최초 공급계약금 695억원을 훌쩍 뛰어넘어 3200억원을 상회할 전망이다.

24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사청은 9월부터 업체에 기 지급한 K11 관련 착수금과 중도금에 대해 계약해제에 따른 손해배상을 이유로 올해 납품한 다른 소총의 물품대금까지 지급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서로의 채무와 채권을 같은 액수만큼 소멸하는 방식으로 상계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에 참여했던 50여곳 방산업체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앞서 대법원은 K11 복합형 소총 공급 지연은 설계상 결함 때문이며 업체들에 귀책사유가 없다고 결론 내렸고 감사원은 처음부터 국방과학연구소 연구개발과 방사청 사업관리가 잘못됐다고 지적했으나 방사청의 처사는 이와 정반대라는 것. 실제 S&T모티브의 경우 지난 7월 31일 구매계약 해제를 일방통보 받았다.

K11은 전력화 중단 후 2018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고 국회 국방위는 K11 전력화 전 과정에 대해 감사원 감사청구를 했다. 감사원은 2019년 9월 감사결과보고서를 통해 K11 연구개발 및 사업관리에 대한 방사청과 국과연의 잘못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감사원은 결과보고서를 통해 “국과연은 K11의 운용성능을 만족시킬 수 없는 국방규격서를 만들어 방사청으로 제출했고 방사청은 국방규격서가 작전운용성능에 부합되게 작성됐는지 여부 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군수조달분과위원회에 상정해 승인하였다”고 발표했다. 이어 “그 결과 방사청은 위 국방규격서를 기초로 K11에 대한 구매계약을 체결해 작전운용성능 중 유효사거리 및 분산도가 충족되지 않은 K11 소총을 업체로부터 납품받게 됐다”고 덧붙였다.

대법원도 K11 제작을 담당한 업체들이 제기한 물품대금 관련 소송에서 “업체의 귀책사유와 무관하게 연구개발 당시 발견하지 못했던 설계상 결함을 보완하는 과정에서 지연된 것이므로 지체상금 부과는 부당하다”는 이유로 업체 전부승소를 작년 11월 판결한 바 있다.

K11은 수차례에 걸쳐 총기의 설계상 결함에 의해 납품이 지연됐고 이것을 보완하기 위한 잦은 기술변경으로 인해 절차 또한 지연됐다. K11 납품 관련 전 과정을 검토한 대법원은 업체들이 아무런 귀책사유가 없는데도 비용과 책임을 모두 덮어씌우려는 방사청의 ‘갑질’에 제재를 가한 판결을 내린 셈이다.

그러나 방사청은 대법원 판결과 감사원의 결과보고 등을 뒤엎고 또 다시 모든 책임을 방산업체들에 돌리고 있다. 방사청은 무리하게 계약해제를 강행함으로써 기 지급된 착수·중도금의 반환, 계약불이행에 따른 보증보험 청구, 심지어 납품이 완료된 K11 914정에 대한 물품대금 반환까지 S&T모티브에 약 160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로 인해 S&T모티브는 사격통제장치 납품업체인 이오시스템에게 불가피하게 160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됨으로써 전체 약 32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분쟁이 발생하게 됐다.

회사 측은 생존을 위해 체계업체로서 소송을 제기했고 소송이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9월 4일과 24일 K4 고속유탄기관총과 K5 권총 등을 상계처리 당해 납품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어 방위사업 운영이 위기에 처한 실정이다.

S&T모티브는 K11 양산계약 관련 채권보전 절차 진행을 소송이 확정될 때까지 잠정 보류하도록 방사청 옴부즈만 제도 등을 통해 시정요구를 간청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defrost@fnnews.com 노동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