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기업·종목분석

크래프톤, 펍지 흡수합병 배경은?…“IPO 효과 극대화”

김민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26 06:00

수정 2020.09.26 06:00

김창한 크래트폰 대표
김창한 크래트폰 대표
[파이낸셜뉴스]크래프톤이 배틀그라운드 개발사로 유명한 펍지를 합병해 지배구조 최상단으로 올리고 사실상 크래프톤 전신이었던 블루홀을 물적분할 해 100% 자회사로 내린다.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펍지를 중심으로 자회사를 정리해 기업 가치를 극대화 하고 독립 스튜디오 체제를 강화해 언제든 분리와 합병을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으로 해석된다.

25일 크래프톤은 회사 분할 및 합병 결정을 공시를 통해 크래프톤과 펍지 주식회사는 합병하고 블루홀 스튜디오는 물적 분할키로 했다. 합병 및 분할 기일은 오는 12월 1일이다.

크래프톤은 펍지 주식회사, 펍지랩스, 펍지웍스를 흡수합병한다. 펍지는 크래프톤 매출의 핵심 회사인 배틀그라운드 개발사로 올해 상반기 매출 8580억원, 반기순이익 4440억원을 거뒀다.


현재 크래프톤은 펍지의 실적을 연결 재무제표에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흡수합병할 경우 별도 재무제표에도 실적이 반영된다. 올해 상반기 크래프톤의 별도기준 실적은 매출 103억원, 영업손실 514억원이지만 펍지 실적이 반영된 연결기준 실적은 매출 8872억원, 영업이익 5137억원이다.

크래프톤과 펍지를 합치면서 크래프톤의 실적이 올라가면서 기업 가치가 극대화될 것으로 보인다. 펍지의 수익이 크래프톤의 수익으로 바로 인식되면서 별도 배당 없이 회사 내 현금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 펍지는 펍지웍스와 펍지랩스 등 개발사들을 자회사로 보유 중에 있어 크래프톤의 인적·물적 시스템과의 결합이 가능하다.

펍지랩스는 펍지가 이노스파크를 인수해 재정비한 개발 스튜디오다. 이노스파크로 사업을 영위하던 당시 '드래곤프렌즈' 등의 게임을 개발했다. '크루세이더' 개발을 주도했던 너드게임즈도 펍지가 인수한 후 펍지웍스로 출범했다. 펍지는 지난 2018년 지분 100% 자회사인 펍지랩스와 펍지웍스를 연결 대상에 포함시켰다.

반면 테라·엘리온 등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MMORPG) 개발하고 서비스하던 블루홀은 물적분할해 100% 자회사로 가져간다. 신설 분할 법인의 이름은 블루홀스튜디오다. 지난해 이 부문에서 104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블루홀은 크래프톤의 전신이다. 장병규 현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이 2007년 설립했다. 이후 블루홀, 펍지, 피닉스, 레드사하라, 딜루젼 등 제작 스튜디오 전체를 포괄하고 글로벌 시장 브랜딩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2018년 블루홀에서 크래프톤으로 사명을 바꿨다.

하지만 이번 물적 분할을 통해 블루홀은 펍지 자회사로 내려오고 펍지는 크래프톤 합병으로 모회사로 올라가면서 사실상 내부적인 조직 서열 정리를 마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2007년 장병규 의장과 박용현 넷게임즈 대표의 의기투합으로 블루홀을 설립했지만 첫 작품인 테라가 중국 현지의 사업 파트너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후 2015년 게임 개발사 '펍지'를 인수, 1인칭 슈팅게임(FPS) 배틀그라운드를 전세계적으로 히트시키며 지금의 크래프톤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실제 크래프톤은 지난 3월 5일 차기 대표이사(CEO)로 배틀그라운드 개발자인 김창한 펍지주식회사 대표를 내정했다. 자회사 대표이자 개발자가 사령탑에 내정되는 것은 크래프톤에서 처음있는 일이다. 그만큼 펍지에 힘을 싣고 향후 회사를 크래프톤 중심으로 키워나가겠다는 복안이다.

반면 블루홀의 새 대표로는 조두인 크래프톤 품질보증(QA) 본부장이 맡게 됐다. 조 본부장은 연내 출시 예정인 '엘리온'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도 맡고 있다. 상대적으로 무게감이 떨어지는 본부장급의 인물이 블루홀 대표를 맡으면서 크래프톤 내에서 중요도가 밀리게 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크래프톤이 배틀그라운드를 전면으로 내세우면서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고 조직도 배틀그라운드를 중심으로 개편하는 등 IPO를 위한 준비를 착실히 하고 있다”면서 “향후 엘리온이 출시돼 실패를 하더라도 블루홀을 자회사로 내리면서 기업의 부담을 줄이고 독립 스튜디오는 언제든 분리할 수 있도록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2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이 주요 증권사에 입찰 제안 요청서(RFP)를 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출 기한은 다음달 중순까지며 크래프톤이 요청서를 토대로 IPO 주관사를 선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크래프톤의 예상 기업가치를 최소 30조원으로 점치고 있다.
공모 규모만 최대 10조원에 달하는 역대급이며 내년 상반기 가장 주목 받는 공모주가 될 전망이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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