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외평채 발행, 중소기업 지원의 밑거름

최경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27 18:11

수정 2020.09.27 18:11

[특별기고] 외평채 발행, 중소기업 지원의 밑거름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가 있다면 문화계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큰 반향을 일으키지 않았을까. 1000만 관객 영화에 버금가는 흥행뉴스 하나가 전해졌다. 14억5000만달러 규모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을 성공적으로 발행했다는 소식이다. '성공적 발행'이라는 사실 자체도 놀랍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1000만 관객급 흥행 대박'이라고 불러도 손색없다. 통화별로는 10년 만기 달러화 채권 6억2500만달러와 5년 만기 유로화 채권 7억유로(8억2500만달러)로 나눠 발행됐고, 금리도 역대 최저 수준이다. 특히 유로화 채권은 비유럽 국가 중 최초로 마이너스 금리로 발행됐다.

유효주문 배수만 보더라도 달러화 채권은 5.8배, 유로화 채권은 7.8배였다.
과거 최고치였던 5.7배를 넘어선 기록이다. 이렇게 투자자들이 많이 모인 덕분에 애초 목표였던 5억달러, 5억유로보다 더 많은 자금을 좋은 조건으로 조달한 셈이다. 심지어 수많은 해외 투자자들이 물량 부족으로 아쉬움을 토로했다고 하니 '역대급'이라는 수식어도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외평채의 성공적 발행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외환보유액 확충, 환율 등 금융시장 안정은 물론 우리 경제에 대한 굳건한 신뢰를 재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차입비용 절감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의 재무구조 개선에 도움을 줄 것이다. 외평채는 국내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의 외화채권 발행을 위한 벤치마크로, 외평채 금리 하락은 기업들의 외화채권 발행금리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외평채에 대한 호응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대개 해외채권 시장은 크게 저위험·저수익의 선진국 채권과 고위험·고수익의 신흥국 채권으로 구분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비교적 안전하면서도 수익성이 높은 제3의 유형이다. 요즘 같은 초저금리 시대에는 아주 매력적인 희소성 자산으로 장기간 인기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에도 채권발행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외화채권 유통금리도 이전보다 5~10bp(1bp=0.01%포인트) 낮은 수준으로 유통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렇게 조달한 저리의 외화자금은 그보다 더 낮은 금리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을 지원하는 밑거름이 된다.

과연 외평채를 성공적으로 발행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 이유는 K방역 등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이 한층 올라간 덕분이다. 지혜를 모아 헌신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와 맞서고 있는 국민과 정부 모두가 '흥행대박 작품'의 주인공인 셈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K방역에 뒤이어 K경제의 성공모델을 만드는 일이다. 이번 외평채 발행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한국 경제의 재도약이 가능함을 보여준 또 하나의 가능성이자 희망이다.
위기는 기회를 더 많이 보는 계기이기도 하다. 국민과 기업 모두 슬기롭게 이 시기를 이겨내면 머지않아 더 좋은 경제상황이 올 것이다.
결실의 계절 가을에는 국내외 모두 반가운 경제소식들로 가득하기를 기원해 본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장·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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