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기업 때리면서 일자리 만들라는 뻔뻔한 정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27 18:09

수정 2020.09.27 18:09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25일 30대 대기업 임원들을 불러 노동조합법 개정 협조를 요청했다. 동시에 하반기 청년 신규채용을 더 늘려달라는 주문도 했다. 기업의 숨통을 조이는 법안을 쉴 새 없이 들이밀면서 일자리는 많이 만들라니 막무가내가 따로 없다.

정부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추진하면서 지난 6월 말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거대 여당을 믿고 20대 국회에서 폐기된 내용을 그대로 살렸다. 우리나라는 1991년 ILO에 가입하고도 핵심협약 일부가 아직 비준되지 않았다.
유럽연합(EU)의 협약 비준 압박도 거세다. 이런 현실을 고려하면 법안 처리를 계속 미룰 수만은 없다. 문제는 타이밍과 균형감이다.

노동장관을 만난 경영계는 그 자리에서 바로 우려를 나타냈다. 기업들은 정부·여당이 작심한 듯 쏟아내는 규제폭풍에 지금 정신이 아득한 상태다. 사력을 다해 버티는 기업 현장에 정부가 막 풀어놓은 것들을 보라. 공정 3법, 집단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제, 전 국민 고용보험 등 온통 기업을 옥죄는 법안과 정책뿐이다. 여기에 해고자 노조가입 허용 등이 골자인 노동조합법 개정안까지 있다.

경영계는 ILO 협약 비준을 위해 노조법 개정이 불가피하다면 그에 걸맞은 기업 방어수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사업장 내 쟁의행위 전면금지 등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ILO 비준국은 대부분 이를 채택했다. 기업 요구도 해결돼야 글로벌 스탠더드가 완성되는 것인데 정부는 철저히 이 목소리엔 귀를 막고 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이 법안을 처리하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기업의 요구조항을 받아들이는 게 맞다.


이 장관은 고용절벽에 내몰린 청년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기업의 책무라며 신규 채용을 적극 추진해 달라고 요청했다. 채용을 하기 싫어 안하는 기업이 세상이 어디 있나. 미래가 있어야 기업이 일자리를 만든다.
정부는 일자리를 종용하기 전에 스스로 그럴 자격이 있는지부터 돌아보기 바란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