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학교 밖 청소년' 차별에 울지 않게 든든한 울타리 만든다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28 18:11

수정 2020.09.29 08:02

여가부, 진학·취업·자립 지원
매년 청소년 5만명 학교 그만 둬
학업·진로 탐색 포기하지 않게
수능 교재·급식·직업훈련 지원
비행·은둔형 청소년 발굴 위해
개인정보보호법 예외조항 필요
'학교 밖 청소년' 차별에 울지 않게 든든한 울타리 만든다
여성가족부가 20여만명으로 추정되는 '학교 밖 청소년'의 진학·취업·자립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은 초·중·고등학교에 다니지 않거나 고졸 학력이 없는 아이들이다. 여러 이유로 학교에 다니지 않는데, 이런 학생들을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해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2014년)이 제정됐다. 여성가족부가 주무부처다. 학교 밖 청소년들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하고 사회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정책 목표다. 이들을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서 보호하고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여가부, 학교 밖 청소년 지원 확대


28일 여가부는 학교 밖 청소년들이 차별과 편견없이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정책은 △교육 △취업 △자립으로 크게 세 갈래다. 이런 사업을 제공하는 곳이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다. 올해 5곳을 늘려 서울(26)·경기(31)·부산(17) 등 전국 219곳에 있다. 여가부 산하 공기관인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이 총괄한다.

지난해 기준 약 4만8000명(실인원)의 학교 밖 청소년들이 지원센터에서 진학과 배움, 생활 등 여러 도움을 받았다. 학교 밖 청소년들은 이 센터에 자율적으로 참여한다. 하지만 센터를 모르거나, 용기를 내 참여하지 못하는 학교 밖 청소년들이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 매년 4만~6만명의 청소년들이 학업(학교)을 중단한다.

코로나19 사태로 학교 밖 청소년들이 겪는 어려움은 더 크다. 지원센터의 대면서비스도 상당수 중단됐다. 이에 여가부는 방역규칙을 준수하며 학습과 상담 등이 지속되도록 최대한 지원하고 있다. 특히 끼니를 해결하기 어려운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해 모바일 교환권, 배달 음식 등 온·오프라인으로 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7월 기준 9만여건의 급식이 지원됐다. 김애영 여성가족부 학교밖청소년지원과장은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무료급식 지원 예산은 12억원 정도로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진학·취업 지원 가장 원해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2018년)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진학(검정고시) 도움'이었다. 실제 서울시 학교 밖 청소년의 60% 이상은 검정고시를 준비하며 학업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에 여성가족부는 학습 멘토링, 검정고시, 대학입시 설명회 등 학력 취득을 돕고 있는데, 이를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 여성가족부와 협약한 EBS는 올해 2만여권의 수능 교재를 전국 지원센터에 무상 지원키로 했다.

취업·자립 지원도 마찬가지다. 여가부는 학교 밖 청소년 전문 직업교육기관을 '내일이룸학교'로 확대 개편했다. 이곳에서 학교 밖 청소년들(만 15세 이상 만 24세 이하)이 단기(3∼6개월) 또는 장기(6개월 이상) 직업훈련을 받고 있다. 월 30만원의 자립장려금을 받으며 일부는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김 과장은 "학교 밖 청소년들이 진로를 탐색하고 자립 동기를 찾을 수 있도록 진학·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비대면 온라인 학업지원 서비스 구축도 추진 중이다. 이에 필요한 예산 증액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학교 밖 청소년 지난해 24만명


그렇다면 학교 밖 청소년은 얼마나 될까. 그간 학교 밖 청소년은 대략 20만~40만명으로 추정해왔다. 격차가 많게는 20만명 이상 나는데 신뢰성 있는 통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청소년정책연구원이 학령인구 연령기준(전년도 12월 31일 기준 6~17세)·순출국자수 등 기준을 명확히 해 추계한 결과, 학교 밖 청소년은 24만4191명(2019년 기준)으로 집계했다. 지난 2013년(27만1404명)보다 줄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청소년 전체 인구(540만명) 대비 학교 밖 청소년 비율은 3.9%에서 4.2%로 증가했다. 저출산으로 청소년 인구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

학교 밖 청소년 절반은 도움 못받아


학교 밖 청소년들은 공교육 제도 밖에 있다. 장학금, 공공요금 할인 등 상당수 학생 혜택을 '청소년'으로 포괄해 제공하는 지자체들이 늘고 있으나, 여전히 '학교 안' 아이들과 동일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 이들이 차별받지 않고 건강한 국민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일이 정부의 책임이다. 그러나 가장 큰 걸림돌은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정보 제공 동의다.

학교 밖 청소년들이 센터 참여에 동의하지 않으면, 이들에게 정부가 제공하는 기본적인 지원 정보조차 알릴 수 없다. 학교를 그만두는 첫 단계에서 청소년들이 제도권과의 아무런 '연결고리' 없이 학교 밖으로 이탈해버리는 것이다. 그 이후에는 이들을 찾기가 더 어려워진다. 특히 학업 의지가 낮은 비행·은둔형 청소년들은 센터의 지원이 더 필요하다. 결국 비행, 범죄 등에 연루되거나 방황하는 일부 학교 밖 청소년들이 경찰관서와 연계된 시스템을 통해 지원센터로 정보가 제공된다. 이 때문에 청소년 복지 관련 정책은 공익을 우선해 개인정보 동의의 예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도연 상담복지개발원 복지지원본부장은 "해마다 학교를 그만두는 5만명 안팎의 청소년 중에 절반 이상은 센터에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이들은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청소년들에게 국가가 공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책에 관해선 개인정보보호법의 예외조항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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