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김정은 말 한마디에 말 바꾼 與

김주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28 18:19

수정 2020.09.28 18:19

[기자수첩] 김정은 말 한마디에 말 바꾼 與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던진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에 정부·여당의 태도가 하루아침에 바뀌었다.

여야는 지난 2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모처럼 뜻을 모아 공무원 피격사건과 관련해 북측의 범죄행위를 비판하는 내용의 국회 대북규탄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그런데 이튿날 태도가 바뀌었다. 북한 통일전선부가 "김정은 위원장이 뜻밖의 불미스러운 일에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통지문을 보내자 정부·여당은 돌연 화해 분위기를 연출하고 나섰다.

한번 되짚어보자. 청와대는 통지문을 전한 후 한 차례 브리핑을 또 열어 최근 남북 정상이 나눈 친서까지 공개하고 양 정상의 우정을 과시했다. 민주당도 앞서 합의했던 대북규탄결의안 채택을 "이제는 할 이유가 없어졌다"며 슬그머니 발을 뺐다.


여권 인사들도 일사불란했다. 일제히 김정은 위원장의 사과에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다. 이낙연 대표는 "얼음장 밑에서 강물이 흐르는 것 같은 변화"라고 했고,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미안하다는 표현을 두 번 쓴 것은 전례 없다"고도 했다. 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말은 어떠했던가 그는 한 토론회에서 "(김 위원장이) 계몽군주 같다"고 했다.

그간 한반도 평화를 외친 것이 나쁘게 평가를 받을 일은 아니다. 대한민국 정치권이라면 당연히 한반도 안보문제 해결에 주력하는 게 의무이자 역할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그 성격이 크게 다르다. 한 이름 없는 국민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죽음을 맞은 일이다. 그것도 사살 뒤 시신 수습도 되지 않은 비참한 죽음이다. 남북 관계가 아무리 중대기로를 맞았지만 국민의 억울한 죽음 앞에서 국가가 가져야 하는 책무는 무엇보다 국민 우선이다. 김 위원장의 사과에도 사건의 본질이 변하지 않는 이유다.
이번 비극을 두고 미완성 퍼즐 맞추기만큼이나 정부 대응에 국민의 이목이 쏠리는 건 그래서 당연해 보인다.

그런데도 여당 원내대표는 야권의 진상규명 요구 1인시위를 두고 "건수 하나 생겼다는 듯이 정쟁을 일삼는 야당에 우리 국민들은 시쳇말로 '오버하고 있다'며 비판한다"고 한다.
야당의 반발을 철없는 막냇동생 대하듯 평가절하하는 것은 과연 옳은 일일까 다시 한번 되짚어 볼 때다.

ju0@fnnews.com 김주영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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