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구순 아버지 첫 제사라서…" 귀성길에 오른 시민들

윤홍집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29 11:42

수정 2020.09.29 11:42

29일 오전 서울역에 시민들이 귀성길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윤홍집 기자
29일 오전 서울역에 시민들이 귀성길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윤홍집 기자

29일 오전 서울역은 추석을 앞두고 귀성길에 오른 시민들로 분주한 분위기였다. 시민들은 저마다 커다란 짐가방이나 캐리어를 들고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코로나19를 의식한 듯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은 보기 어려웠다.

대기석 곳곳에는 '이 자리는 비워주세요'라는 안내가 붙어있었다.
역 관계자들은 시민들이 모이는 자리마다 가서 "거리두기를 실천해달라"고 요청했다. 관계자의 요청에 시민들은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간격을 벌렸다.

이른 시간임에도 역 안에 있는 패스트푸드점은 붐비고 있었다. 매장 내 자리한 시민들은 약간의 간격을 유지한 채 턱 밑까지 마스크를 내리고 햄버거를 먹고 있었다. 테이크 아웃 주문을 하기 위해 길게 늘어진 대기열도 눈에 띄었다.

이날 패스트푸드점 앞에서 만난 40대 김모씨는 "시댁에 내려가는 길에 아침밥을 못 먹어서 남편이 햄버거를 사러 갔다"라며 "매장에서 먹으면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있을 거 같아서 포장으로 주문했다"고 말했다.

김씨의 행선지는 부산이었다. 코로나19 여파로 귀성에 대한 고민이 있었지만 홀로 지내는 시아버지를 안 뵐 수 없었다고 전했다. 김씨의 시댁은 이번 추석에 직계 가족만 모이기로 했다고 한다.

제사를 지내기 위해 귀성한다는 시민도 적지 않았다. 대전행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는 60대 조모씨는 올해 구순의 아버지가 돌아가셔 첫 제사를 지내야 한다고 밝혔다.

조씨는 "지난 6월에 아버지 구순 가족 모임이 있었는데 코로나19여파로 9월로 연기됐었다"라며 "그런데 아버지가 8월에 돌아가셔서 구순 모임을 못해드린 게 마음에 맺힌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코로나19 걱정이 되지만 첫 제사인만큼 안갈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추석 연휴를 이용해 휴가를 떠나는 시민들도 있었다. 양양으로 친구와 여행을 떠난다는 20대 문모씨는 "매년 추석이면 시골에 갔는데 올해는 코로나19 탓에 안 가게 돼서 여행을 택했다"라며 "직장인이다 보니 평소 여행갈 시간이 없었다.
양양에 도착해서 돌아다니지 않고 리조트에서 시간을 보낼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 40대 조모씨는 "서울보다 사람 없는 지방이 더 안전하지 않나"라며 "역이나 열차 안에서 조심한다면 크게 위험할 거 없을 거 같다.
눈치가 보이긴 하지만 모처럼 시간이 생겼으니 조용히 다녀오려고 한다"고 말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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