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여기는 최저가, 저기는 신고가… "서울 부동산시장 멈췄다" [부동산 매수우위지수 급락]

김현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29 16:03

수정 2020.09.29 17:44

매수우위지수 두달만에 반토막
집 살 사람 없고 팔 사람은 넘쳐
매도자 우위시장으로 급속재편
관망세 속 가을까지 상승폭 축소
여기는 최저가, 저기는 신고가… "서울 부동산시장 멈췄다" [부동산 매수우위지수 급락]
지난 7·10 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에서 매수자 비중이 급격히 줄고 매도자 비중은 늘어나는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집값 전망을 둘러싸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서울을 중심으로 매수 수요가 억제되자 일부에선 급매 거래가 나오고 있지만 동시에 신고가 거래도 잇따르면서 시장은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각종 대책에서 대출·자금조달·청약자격 강화와 보유·양도·취득세 인상 등의 규제를 동원해 수요를 위축시켰지만 '집값 조정기'가 아닌 '집값 정체기'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매수우위지수 두달여 만에 반토막

29일 KB부동산 리브온 집계에 따르면 9월 셋째주(21일 기준) 전국 주간 매수우위지수는 70.6을 기록했다. 매수우위지수(100+매수자 많음 비중-매도자 많음 비중)는 0~200 범위 이내에서 지수가 100을 초과할수록 매수자가 많음을, 100 미만일 때는 매도자가 많음을 의미한다.

이 지수는 다주택자 부동산세금 강화를 골자로 하는 7·10 대책 이전까지는 전국이 94.7, 수도권이 120, 서울이 154.5를 각각 기록했다.
이는 전국적으로 매도자와 매수자 비중이 비슷한 환경에서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매수자 비중이 매도자 비중을 압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7·10 대책 다음 주인 7월 13일 서울의 매수우위지수는 136.5로 1주일 새 20 가까이 떨어지며 하락세가 본격화됐다. 서울 매수우위지수는 9월 7일에는 100 이하인 96.2로 떨어진 뒤 지난 21일에는 85.2까지 하락했다.

특히 서울 강북은 같은 기간(7월 6일~9월 21일) 매수우위지수가 160.8에서 83.1로 반토막 났다.

서울에서 비교적 저렴한 아파트 단지가 많아 실수요가 많은 강북에서 오히려 매수우위지수가 가장 크게 하락했다는 것은 정부가 밝힌 투기수요나 갭투자뿐 아니라 실수요 역시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부동산시장은 하향 안정세로 접어든 것이 아니라 상승세가 꺾였다고 보는 게 맞다"며 "거래가 없어진 것은 하향이 아니고 단기적인 현상일 뿐"이라고 진단했다. 심 교수는 "거래량이 많으면 가격은 일반적으로 올라가고, 적으면 내려가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모른다"며 "일단 시장 자체가 멈춰 있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급매하락-신고가 동시에

지난 23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제7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서울 기준 9월 둘째주 아파트 매매 상승률이 4주 연속 0.01%, 강남4구는 6주 연속 0%를 기록한 걸 근거로 "집값 상승세가 사실상 멈췄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매수세 실종과 거래절벽이 집값 상승세 둔화로 이어진 것은 공감하면서도 언제까지 수요를 억제해 집값이 안정적으로 유지될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최근 서울지역 아파트 거래에서 최저가와 신고가가 동시에 나오는 상반된 현상도 시장 억제책에 따른 억눌린 수요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실제로 고덕·마포 등에서 기존 시세보다 2억~3억원 떨어진 급매 거래가 있었지만 증여성 매물이나 세금 문제로 올해 말까지 급하게 처분해야 하는 매물들로 파악됐다. 본격적인 집값 조정기로 볼 만한 사례는 아니라는 것이다.

고덕동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이달 초 14억7000만원에 거래된 고덕아르테온(고덕주공3단지 재건축) 전용 84㎡는 증여성 매매라고 들었다"며 "현재 같은 평수의 입주 가능한 매물은 17억5000만~18억5000만원, 전세 낀 매물은 16억~17억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르테온의 경우 장기보유특별공제 80%를 받기 위해 올해 말까지 급하게 집을 팔아야 하는 다주택 조합원들이 시세보다 저렴하게 내놓고 있는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관망세이고 거래가 한산하긴 하지만 시세가 크게 떨어지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위원은 "데이터상으로 집값 상승세는 계속 축소되지만 시장이 두 개로 양분된 상황"이라며 "급매물은 급매물대로 거래되고, 동시에 최고가를 경신하는 쪽도 있어서 하락 전환이라고 확정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가을 이사철까지는 상승폭은 축소되지만 상승세 자체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양도세 인상 효과가 현실화될 내년 6월까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kimhw@fnnews.com 김현우 서혜진 조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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