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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싱어, 끊어진 시리즈를 봉합하다 [김성호의 영화가난다]

김성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30 12:00

수정 2020.09.30 11:59

[김성호의 영화가난다 22]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포스터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포스터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파이낸셜뉴스] 가장 어려웠던 순간에 등장해 길을 잃은 시리즈에 나아갈 곳을 보여준 매튜 본의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2014년작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시리즈의 시작을 연 브라이언 싱어가 바통을 이어받아 지나간 시리즈와 프리퀄 사이에 매듭을 지은 작품이다.

결말 만큼이나 충격적이었던 데뷔작 <유주얼 서스펙트>로 강한 인상을 남긴 브라이언 싱어는 <엑스맨>과 <엑스맨2>를 감독한 이후 무려 11년 만에 돌연변이의 세계로 돌아왔다.

시리즈 내내 전 세대 인물로 등장한 찰스 자비에와 매그니토의 젊은 시절을 다룬 매튜 본의 영화 이후 과거 3부작과 프리퀄(전편보다 시간상으로 앞선 이야기를 보여주는 속편)을 연결지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꾸준히 있어왔다. 다만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연결지을 것인지엔 많은 논란이 있었다. 시리즈 내에서도 아귀가 맞지 않는 이야기가 산재해 있었고 매력적인 캐릭터가 마음껏 뛰놀기엔 그려놓은 세계관이 비좁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브라이언 싱어의 처방은 '시간'이었다.
모든 일은 시간의 흐름 위에서 벌어지는 것이니 시간만 되돌릴 수 있다면 흩어진 이야기도 하나의 바늘로 꿸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흔한 설정일 수 있지만 시리즈가 서로 응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이 시간여행이란 점은 분명했다.

영화는 시작부터 암울한 미래를 그려낸다. 돌연변이의 능력에 적응하는 로봇 '센티넬'의 활약으로 돌연변이들은 전멸의 위기에 처해있다. 돌연변이와 센티넬 간의 전쟁에서 돌연변이들은 일방적인 학살을 당한 지 오래다. 프로페서X(패트릭 스튜어트 분)와 매그니토(이안 맥켈런 분) 등 핵심적인 인물 몇몇이 겨우 생존해 있을 뿐이다. 추적망이 좁혀져오자 그들은 과거로 돌아가 센티넬의 개발을 막기로 결정한다. 시간여행을 견뎌낼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은 울버린(휴 잭맨 분), 그가 쉐도우캣의 시공간 이동능력을 활용해 과거로 보내진다.

<터미네이터>시리즈가 떠오르는 설정이 새롭지는 않지만 과거와 현재 사이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데 효율적인 방법이란 걸 부인하긴 어렵다. 현재의 문제를 바로잡는 데는 과거의 잘못을 고치는 것보다 완벽한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길을 잃은 시리즈에서 브라이언 싱어와 폭스의 선택은 과거로 돌아가 실수를 바로잡는 것이었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길을 잃은 시리즈에서 브라이언 싱어와 폭스의 선택은 과거로 돌아가 실수를 바로잡는 것이었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영화 속에서 찰스 자비에 교수는 자신을 찾아온 과거의 자신에게 말한다.

"잠시 길을 잃었다고 해서, 영원히 길을 잃는 것은 아니다."

이 대사는 영화 속 찰스에겐 물론이고 멋진 부활에 성공한 시리즈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 듯하다. 시리즈는 잠시 길을 잃었지만 영원히 길을 잃지는 않았노라고.

과거로 돌아간 울버린은 맡겨진 임무를 수행하며 미래를 바로잡고, 오리지널 시리즈와 프리퀄을 잇는 가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그리고 영화는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며 예정된 결말을 향해 조금씩 다가선다.

영화가 가진 매력 가운데 하나는 모두가 예상하고 있는 결말을 향해가지만 그 과정을 쉽게 짐작할 수 없다는 점에 있다.
바로 이것이 흔한 설정과 뻔한 결말에도 영화가 끝까지 재미를 잃지 않는 결정적 이유다.

브라이언 싱어와 폭스는 모두가 실패할 거라 생각했던 문제의 답을 찾았다.
오늘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에 봉착해 있는 독자가 있다면 잠시 시간을 갖고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를 보는 걸 권하고 싶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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