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연말 과세를 피하기 위해 주식 투자자들이 대거 매도 물량을 내놓게 되면 그동안 동학 개미들이 받쳐온 주식 시장이 급랭하면서 급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3일 증권 업계에 따르면 개인 대주주제도는 연말 기준으로 주식 보유액이 일정액을 넘으면 ‘개인 대주주’로 분류돼 고율의 양도세를 추가로 내야 하는 제도다.
통상 일반인은 주식 거래시 거래세는 내지만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은 내지 않는다. 다만 현행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특정 회사 주식 보유액이 10억원을 넘기면 대주주에 해당돼 주식 매매차익의 22~33%를 양도소득세로 내야한다.
하지만 최근 이 기준이 더욱 강화되면서 3억원 이상만 보유해도 대주주가 된다. 특히 3억원 안에는 본인뿐만 아니라 부모·조부모·자녀 등 직계존비속과 배우자의 보유 주식까지 모두 합산된다.
과세는 내년 4월부터 이뤄지지만 주주명부 폐쇄 등으로 대주주가 확정되는 시점은 매년 12월 30일 종가를 기준으로 정해진다. 양도세 부과를 피하기 위해 3억원 이상 보유한 개인투자자들은 연말 전에 대규모 주식 순매도를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대주주 요건은 과세당국의 로드맵에 따라 매년 하향 조정돼 왔고, 이 때문에 매년 연말마다 3~5조원 가량의 개인투자자 순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올해는 이전 보다 대주주 대상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는데다가 동학개미운동 등으로 국내 증시에 개인투자자 유입 규모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커졌다는 점에서 순매도 규모가 10조원에 육박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10년 간 대주주 요건은 다섯 차례 강화됐는데, 매년 12월 개인들이 대거 매도해 주가가 떨어지는 결과를 보였다"며 "그동안 개인의 순매도가 연간 3조원 정도였는데, 올해는 10조원을 훌쩍 넘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주주 뿐만 아니라 전체 주주를 대상으로 일정액 이상 양도소득에 대한 과세안이 2023년부터 시행되는 만큼 투자자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3억원 이상 보유자뿐만 아니라 3억 미만 보유자들도 주가가 미리 하락할 것을 예측하고 매도물량이 쏟아내면 패닉장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
개인 투자자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의 정의정 대표는 “700만 대다수 주식투자자, 그리고 올해 들어서 유입된 동학개미에게 치명타가 될 것”이라며 “동학개미가 힘들게 지지하고 유지하고 상승시켜 온 우리 주식시장에 찬물을 끼얹어서 동학개미를 쫓아내려는 조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반면 기획재정부는 강행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계획에 따라 단계별로 대주주 요건을 강화하는 것으로 결정난 만큼 번복하는 건 과세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대주주 요건 강화와 연말 개인의 순매도 급증을 연결 짓는 것도 무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더불어 내년 3월까지 연장된 공매도 금지 연장 조치가 끝나 재개되면 이 역시도 동학 개미들에게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공매도는 특정 종목의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서 매도한 뒤 주가가 내려가면 주식을 사서 갚는 방식으로 차익을 실현하는 투자전략이다. 공매도는 기관 투자자나 외국인 투자자에 비해 개인 투자자에게 진입 장벽이 높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 공매도 금지 조치가 시행된 지난 5개월 동안 한국 주식시장은 전례 없는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 8월 4일에는 코스피 시장이 코로나19 이전 연고점(한 해 중 가장 높은 지수)을 경신했고, 8월13일에는 장중 2448포인트를 돌파했다.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개인 투자자의 유입도 늘었다. 많은 개인 투자자는 공매도 금지 조치와 최근 주식시장의 상승세가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대주주 기준 강화와 공매도 재개가 진행되면 동학 개미들이 국내 주식 시장에서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부동산 시장이 규제로 위축돼 있는 상황에서 주식 시장 마저 어려워지면 내년 지방선거와 대선을 앞두고 여론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어 정치권을 비롯해 정부 내부에서도 일부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한편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양도세 과세 대상 대주주의 범위를 확대하는 데 대해 "주식시장 또는 주식 투자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며 "(과세를) 회피하려고 연말에 더 많은 (매도) 물량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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