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올해 노벨상의 영광은 누가 거머쥘까.
4일 스웨덴 노벨재단에 따르면 오는 5일부터 12일까지 올해의 노벨상이 발표된다. 5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6일 물리학상, 7일 화학상, 8일 문학상, 9일 평화상, 12일 경제학상 순이다. 과학계에서는 통상 생리의학상, 물리학상, 화학상에 주목하고 생리의학상을 의료계로 포함시키면 물리학상, 화학상으로 범위가 좁혀진다.
우리나라는 이중에서도 화학상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노벨상 족집게'로 불리는 글로벌 정보분석 기업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Clarivate Analytics·이하 클래리베이트)는 화학상 후보군에 서울대 석좌교수이자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 연구단 단장인 현택환 단장(56)을 포함시켰다.
◇2020 과학계 노벨상 수상할만한 후보자들 누구
노벨상은 스웨덴의 다이너마이트 발명가인 알프레드 베르나르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1901년부터 매년 인류의 복지에 공헌한 사람 또는 단체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물리학, 화학, 생리학 및 의학, 문학, 평화까지 다섯 부문에 걸쳐 수여돼 왔고 1969년부터는 경제학 부문이 추가됐다. 경제학상은 1968년 스웨덴 중앙은행이 설립 300주년을 기념해 신설됐다.
노벨상 선정은 노벨위원회가 진행한다. 노벨재단은 기금 등을 관리하는 업무를 하고 선정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2020년도 노벨상 수상자를 선정한다면 앞서 노벨상 추천인으로 선정된 2000~3000명에게 위원회가 2019년 9월까지 추천의뢰서를 송부한다. 이후 2020년 1월까지는 추천서를 마감한다.
다음에는 여러 번의 검증 및 압축 과정을 통해 최종 후보자들을 추려 이중 수상자를 결정한다. 생리의학상은 스웨덴 카롤린스카의과대 노벨총회, 물리학상과 화학상, 경제학상은 스웨덴 왕립과학원이, 문학상은 스웨덴 아카데미, 평화상은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각각 다수결을 통해 최종 수상자를 선정한다.
우리 과학계는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 예상자에 대해 주로 클래리베이트를 통해 정보를 얻고 있다. 노벨위원회는 노벨상 선정에 대한 심사기준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어 매년 수상자를 예측하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만 세계적 인용 데이터베이스(DB)인 '웹 오브 사이언스'(Web of Science)를 운영 중인 클래리베이트는 이 DB에 실린 문헌과 인용자료들을 분석해 2002년부터 매년 생리의학·물리학·화학·경제학 분야의 노벨상 예상 수상자(피인용 우수 연구자)를 발표하고 있다. 클래리베이트가 2002년부터 2019년까지 꼽은 연구자들 336명 중 54명이 실제 노벨상을 받았고 이중 29명은 클래리베이트의 후보 선정 2년 내 노벨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10월 한국연구재단 정책혁신팀이 펴낸 '노벨과학상 종합분석 보고서-수상 현황과 트렌드를 중심으로'에 따르면 클래리베이트의 이같은 분석법은 일리가 있는 방법이다. 보고서는 역대 노벨과학상 수상자들의 공통점 중 하나로 '장기간에 걸친 매우 높은 피인용률'을 꼽았다. 아울러 노벨상 수상 전 이미 과학계의 권위 있는 상(울프상·래스커상 등)을 수상했었거나 노벨 심포지엄에 초청돼 참여한 적이 있는 인물들이 노벨과학상을 수상한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클래리베이트가 꼽은 분야별 후보군 중 경제학상을 제외하고 눈에 띄는 후보들을 살펴보면 먼저 생리의학 분야에서는 파멜라 비요르크맨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 교수, 잭 스트로밍거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꼽혔다. 두 사람은 분자 면역학 분야에서 획기적 발견이라 할 수 있는 주조직 적합성 복합체(MHC)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을 파악한 것에서 평가를 받았다.
나카무라 유스케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는 유전자 다형성 표지자(Genetic Polymorphic Markers)를 개발·적용한 연구, 광범위 유전체 연합연구(GWAS)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일련의 연구에 따라 개인 맞춤형 암 치료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지막으로 휴다 조그비 베일러 의과대 교수가 레트 증후군(Rett Syndrome)의 유전적 기원을 포함한 신경질환의 발병 기전을 발견한 것을 평가받아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물리학 분야에선 미 해군연구소 물리학자들인 토마스 캐롤과 루이스 페코라 박사가 혼돈 시스템의 동기화를 포함한 비선형 역학 연구로 평가받았다. 이와 함께 홍지에 다이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 교수와 알렉스 제틀 미국 버클리대 교수가 탄소 및 질화 붕소 나노튜브(Carbon & Boron Nitride Nanotubes)의 제조 및 새로운 응용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외 카를로스 프랭크 영국 전산 우주론 연구소(ICC) 소장, 훌리오 나바로 캐나다 빅토리아대 교수, 사이먼 화이트 독일 막스플랑크 천체물리학 연구소 전 연구소장은 은하계의 형성과 진화, 우주의 구조, 암흑물질 헤일로에 대한 기초연구에 공헌한 것으로 평가됐다.
우리나라 현 단장이 이름을 올린 화학상 분야에서는 현 단장, 모운지 바웬디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MIT) 교수, 크리스토퍼 머레이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교 교수가 정밀한 속성을 갖고 있는 나노결정의 합성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스테판 버치왈드 MIT 교수와 존 하트윅 버클리대 교수는 '버치왈드-하트윅'(Buchwald-Hartwig) 애니메이션' 개발 건으로, 후지타 마코토 일본 도쿄대 교수는 초분자 화학의 발전에 기여했다는 공로로 화학상 분야 후보군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유일하게 이름 올린 현택환 단장…실제 가능성은
올해 클래리베이트에 이름을 올린 유일한 한국인인 현 단장은 2014년 유룡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교수, 2017년 박남규 성균관대학교 교수에 이어 오랜만에 맞는 '한국의 희망'이다. 이번 현 단장을 포함해 세 사람 모두 화학 분야에 몸담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IBS 출신으로서 클래리베이트에 이름이 거론된 것도 이번이 세 번째다. 유 교수(나노물질 및 화학반응 연구단장·기능성 메조다공성물질 설계 연구), 2018년 로드니 루오프 울산과학기술원(UNIST·유니스트) 교수(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장·탄소 소재 기반 슈퍼커패시터 연구)에 이어 현 교수가 선정된 것이다. 로드니 루오프 교수는 물리학 분야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2011년 설립된 IBS는 국내 유일의 기초과학 전문연구기관으로서 '노벨상 수상자 배출'을 주목표로 하고 있는 곳이다.
현 단장의 실제 노벨상 수상 가능성은 있을까. 현 단장은 지난 23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본인의 연구(승온법)에 큰 자부심을 나타내면서도 "올해 노벨상은 모운지 바웬디의 지도교수와 같은 우리 윗급 세대(70대쯤)에게 기회가 있을 듯하다"고 전망했다.
한국연구재단 정책혁신팀이 지난달 21일 펴낸 '노벨과학상의 핵심연구와 수상연령'에서도 최근 10년간 노벨상 수상자의 연구 성과를 분석한 결과, 평균적으로 37.7세에 핵심 연구를 시작해 55.3세에 완성하고 69.1세에 수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 또한 통계에 따른 전망일뿐 실제 어떤 결과가 나올진 아무도 알지 못한다.
현 단장 외 올해 4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유전자 지도를 세계 최초로 분석한 김빛내리 IBS RNA 연구단장도 우리나라 과학자 중 노벨상을 수상할 가능성이 있는 인물로 꾸준히 꼽히는 인사다. 이외에도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유력 노벨상 수상 후보자 중 한 명으로 종종 거론되고 있는 점을 과학계는 고무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결정적 한 방'은 아쉬운 상황이다. 앞서 언급된 '노벨과학상 종합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까지 우리 이웃국가인 일본은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 23명(4%)을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클래리베이트가 꼽은 유력 노벨상 수상 후보자 명단에도 일본은 2명(나카무라 유스케·후지타 마코토)이 포함됐다. 아울러 가장 많은 수상을 한 국가는 미국(267명·43%)이었다. 이어 영국 88명(14%), 독일 70명(11%) 순으로 이어졌다.
정부는 기초연구를 포함한 연구개발(R&D) 예산을 지속적으로 늘리는 한편 이는 유의미한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2019년 국가 R&D 예산 20조원 시대의 문을 연지 2년(2021년)만에 27조원 시대를 열었다. "R&D가 미래세대를 위한 '게임 체인저'가 돼야 한다"는 게 정부의 내년도 R&D 분야 예산 증진의 배경이다.
한편 노벨상 시상식은 노벨 사망일인 매년 12월10일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개최돼 왔지만 이번 시상식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취소됐다. 수상식 후 열리는 축하 연회 또한 열리지 않는다. 노벨상 시상식이 취소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4년 이래 처음이다.
올해 수상자들은 이에 수상자가 사는 각국 대사관이나 대학 등을 통해 상을 전달받게 되고 이는 TV중계가 될 예정이다. 다만 매년 노르웨이 오슬로 시청(1000명 이상)에서 열리던 노벨평화상 시상식은 수용 인원이 적은 오슬로 대학 강당(100명)으로 옮겨져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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