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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동의 강간죄' 악용 우려에… 법조계도 보완 목소리

강간죄 성립요건 폭넓게 인정
폭력·협박·항거불능 상태에서
동의 여부·위계·위력으로 확장
금전적 합의 등 악용 소지 커
법조계 "무고죄 형량 강화 등
선진국 입법 참고해 보완해야"
© News1 DB /사진=뉴스1
© News1 DB /사진=뉴스1

20대 국회에서 발의됐던 '비동의 강간죄 법안'(형법 개정안)이 최근 다시 발의되면서 '강간죄' 행위의 기준과 처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비동의 강간죄는 강간의 정의를 확장함으로써 동의하지 않은 성관계까지 모두 처벌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강간을 뿌리 뽑겠다는 바람과 달리 남성들을 상대로 악용될 수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일부 여성이 금전적인 합의 목적이나 이혼 귀책 사유를 얻기 위해 성관계를 동의하고 나중에 누명을 씌울 수 있다고 판단, 선진국 입법례 도입·무고죄 형량 강화 등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금전 합의·이혼 귀책사유 악용 제기


4일 정계·법조계에 따르면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달 12일 비동의 강간죄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12명이 공동 발의했다.

강간죄 현행법은 폭행·협박의 정도가 피해자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는 상황에 해당한 경우에 한해 범죄를 규정해왔다.

그간의 법원 판례도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가 가해자의 폭행이나 협박으로 항거불능 상태거나 항거가 현저히 곤란한 정도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비동의 강간죄 법안은 강간의 정의를 폭행과 협박으로 한정하지 않고 '상대방의 동의 여부'와 '위계와 위력'으로 확장했다는 것이다. 즉 폭행 등 강압적인 행위가 없더라도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는 성행위라고 판단되면 강간죄로 처벌이 가능해진다.

특히 위계와 위력을 통한 성범죄 처벌 범위를 확대해 의사와 환자 사이, 종교인과 신자 사이와 같은 경우에서 발생하는 성범죄까지 모두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그간 끊임 없이 발생해왔던 성범죄를 대폭 줄이고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그러나 남성들 사이에서는 "성관계 전 동의를 했으나 여성이 나중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발뺌할 수 있다", "여성을 과잉 보호하고 남성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 찍는 법안"이라는 등의 거부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암묵적 동의'하에 이뤄지는 성관계가 적지 않은 현실 속에서 비동의 강간죄가 도입되면 남성은 잠재적 성범죄자로 전락하게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성범죄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고한 남성을 성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검사에게 성관계 비동의 입증책임"


법조계도 이같은 점을 지적하며 억울한 피해자가 양산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간 남녀가 같이 들어가는 장면이 찍힌 모텔 폐쇄회로(CC)TV 영상이나 성관계 녹취물 등이 증거로 채택돼 감형 되거나 무죄를 받는 양형 사유가 됐으나 비동의 강간죄가 성립되면 이마저도 소용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법무법인 테미스 서초사무소의 백재승 대표변호사는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는데도 성관계를 강행한다면 분명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이고 적정한 형량에 대해 논란의 소지는 있으나 처벌의 필요성도 인정된다"면서도 "그러나 비동의강간죄가 입법된 경우 피고인이 일관되게 부인하는데도 피해자 진술만으로 기소를 하고 유죄를 선고하는 현행 성범죄 실무는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관계 비동의에 대한 입증 책임이 검사에게 있음을 보다 분명하게 명문으로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률사무소 해내의 강성신 대표변호사는 "폭행 또는 협박이라는 행위가 없는 경우에도 강간죄의 고소인은 본인의 성별에 관계 없이 피의자의 행위가 강간이었다는 사실을 주장할 수 있다"며 "이때 비동의 강간죄의 입증 문제에 있어 피의자는 성행위 시 상대방의 동의가 있었음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를 입증하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결국 비동의 강간죄가 도입된다면 성행위가 강간죄라는 형사적 문제까지 이를 가능성이 도입 전보다 더욱 높아질 것임을 예상해볼 수 있다"며 "본 죄의 성립여부에 있어 양 당사자의 다툼의 여지 역시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선진국이 도입한 비동의 강간죄 입법례 등을 참고해 보완하면 부작용이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도 나온다.

현재 영국·스웨덴·독일·아일랜드·캐나다·호주·미국(11개 주) 등 여러 선진국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한 성적 침해를 강간죄 등으로 규정해 폭행 및 협박 없는 성폭력 사례들을 처벌하고 있다.

데이트폭력 사건 피해자인 가수 고 구하라씨 대리인 노종언 법무법인 에스 대표변호사는 "성적 자기 결정권 측면에서 피해자가 거부 의사를 명백히 표시한 경우에도 불구하고 관계를 한 경우에는 반대할 사람들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형식적 동의가 있었으나 변심한 경우 또는 하자 있는 의사 결정에 따른 관계에 있어 무고한 처벌이 있을 수 있다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비동의 강간죄를 선행 도입한 국가의 입법례와 수사실무 등을 참고해 부작용을 최대한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