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일반

"회사 어려울때 시작한 아프리카 후원… 복으로 돌아왔죠" [비전을 밝히는 사람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06 17:30

수정 2020.10.12 17:56

물부족 국가에 우물 만들어주는
제이엠월드 박영진 대표
헤어케어 브랜드 '무코타' 제조
'물사랑' 슬로건 내걸고 실천
12년간 10개국에 3억 지원
천연계 원료·친환경 공법으로
화학물질 최소화한 제품 자부심
박영진 제이엠월드 대표. 월드비전 제공
박영진 제이엠월드 대표. 월드비전 제공
박영진 제이엠월드 대표는 지난 2009년부터 물 부족 국가의 오지에 정수장과 식수장을 지어주는 플랜트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2017년 캄보디아의 한 초등학교에 설치된 식수대 앞에서 어린이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월드비전 제공
박영진 제이엠월드 대표는 지난 2009년부터 물 부족 국가의 오지에 정수장과 식수장을 지어주는 플랜트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2017년 캄보디아의 한 초등학교에 설치된 식수대 앞에서 어린이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월드비전 제공
"제 나눔활동의 롤모델이요? 아내입니다. 어느 날 우연히 아내가 월드비전을 포함해 다섯 군데의 단체에 기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우물 파는 식수사업을 월드비전과 하게 된 것도 아내 덕분입니다." 2009년부터 물 부족 국가에서 식수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는 제이엠월드 박영진 대표가 웃으며 말했다. 글로벌 헤어케어 브랜드 무코타를 제조·판매하는 제이엠월드는 기업의 특성상 물 사용이 절대적이라 물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워터케어뷰티' 캠페인을 통해 이웃과 환경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좋은 일하면 복 받더라고요"

박 대표는 가나 크라치웨스트 지역 식수펌프 후원을 시작으로 말라위, 잠비아,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등 10개국에 지난 12년간 총 26개 식수시설과 1개의 식수 프로젝트에 3억원 넘게 후원해 2018년 월드비전 고액후원클럽인 '밥 피어스 아너클럽'의 35번째 회원으로 위촉됐다.



박 대표는 "2005년 첫째아이를 낳으면서 좀 더 주변을 돌아보게 됐고, 2년 후 둘째가 태어난 것을 계기로 가족 이름으로 뭔가 좋은 일을 하고 싶어 아프리카에 우물을 팠다"며 "제 영어 이름을 따 '제임스 패밀리'라고 새겼는데, 이제 고등학생이 된 딸과 중학생 아들이 뿌듯해한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기부활동을 하다 2007년 12월, 서해 태안 기름유출 사고가 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다. "브랜드 슬로건으로 '물사랑, 감동연출, 무코타'를 내걸고 있던 상황에서 태안 기름유출 사고에 대해 알게 됐어요. 임직원 회의에서 우리 슬로건인 물사랑을 실천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죠." 이에 123만명의 자원봉사자 대열에 회사 직원들도 합류했다. 2008년 5월 중국 쓰촨성 대지진 땐 '물은 재난지역에 반드시 필요한 구호물품'이라고 판단해 회사 발행 책자의 수익금을 기부했다.

그런데 그해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지면서 얘기치 못한 위기가 닥쳤다. 회사 경영구조가 일본에서 제품을 제조·수입하는 형태라 엔화 가치가 두 배 오르면서 원가가 두 배로 뛴 것. "원가가 두 배 올랐다고 가격을 두 배로 올릴 수 없는 노릇이라 앞이 캄캄했죠. 다행히 일본 파트너가 제품 출하가를 10% 낮춰줬고, 거래처에선 10% 가격인상에 동의해줬죠."

'물사랑' 실천의 일환으로 아프리카 오지에 식수 지원사업을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그는 "파트너사와 거래처가 조금씩 손해를 감수해준 게 고마웠고, 우리 회사의 철학에 맞는 일이 무얼까 고민하다가 오지의 식수 지원사업을 떠올렸다"고 회상했다. 창립 이래 가장 힘든 시기였지만 직원들이 협력하고 관계사의 배려로 매출이 늘면서 기적처럼 잘 버틸 수 있었다. "솔직히 일부 임원은 기부를 반대했어요. 밖으로 퍼줄 돈이 있다면 차라리 직원 월급을 올려주자고 했죠. 결과적으로 전 직원이 합심해 위기를 극복하고 좋은 일도 하면서 공동체의식을 갖게 됐죠. 회사가 힘든 상황에서 기부를 하다 보니 절약하는 습관도 들더군요. 흔히 좋은 일을 하면 복을 받는다고 하는데, 우리 회사는 그걸 몸소 체험했습니다."

■"좋은 사람이 좋은 제품을 만든다"

"우리 회사 샴푸는 50종에 달하는데, 24시간 내 생분해되는 특화된 고급 원료를 사용합니다. 타사 제품 대비 좋은 원료로 제품을 만든다는 자부심이 있죠. 하지만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샴푸를 매일 사용하다 보면 장기적으론 환경에 악영향을 줄 수 있잖아요. 미용제품의 화학성분이 환경오염의 주범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늘 염두에 둡니다." 이 때문에 제이엠월드는 최대한 엄선된 천연계 원료를 사용하고 친환경 공법으로 제품을 제조하려 한다. 박 대표는 "가급적 인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화학물질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자사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했다. "작년에 세계에서 두번째로 비타민C 에센스를 25% 안정화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조만간 특허가 나올 예정입니다. 우리 회사 연구진엔 젊은 사람도 있지만, 해외 유명 기업에서 일했거나 오랜 연륜을 자랑하는 80대 연구원이 2명, 70대 연구원이 1명이 있어요. 좋은 인재를 적시에 만난 행운을 거머쥐었죠. 저는 좋은 사람이 좋은 제품을 만든다고 믿습니다." 작년에는 지난 20년간 축적한 기술력을 발판으로 화장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회사 스킨앤코도 본격 가동했다.

요즘 박 대표의 고민은 외부환경 문제로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 사회공헌 활동을 활발히 못하는 것이다. 그는 "마음이 편치 않지만 회사가 어려워져도 개인 기부는 꾸준히 하겠다"고 했다.

기독교인이기도 한 그는 스스로에게 '미션'도 부여하고 있었다. "30대 초반에 사업을 시작하면서 '회사가 성장하면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업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오지에 우물을 파고 있지만 궁극적으론 병원을 짓는 게 꿈입니다.
그게 나에게 준 미션이죠. 또한 내 아이들이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일을 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딸이 최근에 의사가 되고 싶다고 해 내심 놀랐다.
"왜 힘든 직업을 택했느냐고 했더니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지 않느냐고 하더라고요.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라도 기부는 계속할 계획입니다."
"회사 어려울때 시작한 아프리카 후원… 복으로 돌아왔죠" [비전을 밝히는 사람들]

후원문의 : 02-2078-7238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