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매년 9월 말부터 10월 초면 각 지방공항의 국제선 게이트가 자국을 빠져나오려는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중국 최대 명절 중 하나인 중추절과 국경절 연휴를 맞아 해외관광을 선택하는 이들이 몰리면서 벌어지는 진풍경이다.
올해는 1일부터 8일까지가 국경절 연휴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공항의 모습은 예년과 다소 차이가 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에 중국 정부가 해외여행 자제를 권고한 뒤 발길은 자연스럽게 국내로 향하고 있다.
중국 지방정부는 일찌감치 관광객 맞을 준비를 끝냈고 소비쿠폰, 할인쿠폰 등을 상당수 찍어냈다. 관영매체는 어느 지방의 풍경이 좋다거나 어떤 행사가 주목된다는 등 연일 내수여행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의 최근 경제지표를 보면 중국 정부와 매체의 속내를 읽을 수 있다. 중국은 코로나19 지역감염의 기세가 누그러지면서 본격적인 경기부양 정책을 펼쳤다.
그 덕분에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7개월 연속 경기확장 국면을 이어갔다. 중국 제조업 PMI는 지난 2월 사상 최저인 35.7을 기록한 이후 3월 52.6을 시작으로 9월 51.5까지 경기확장을 의미하는 50 이상 구간에 머물렀다.
또 8월 기준 전년 대비 산업생산은 작년 12월 이후 최고 수치인 5.6% 증가했고, 도시 실업률도 5.6%로 전달의 5.7%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1∼8월 고정자산투자 증가율 역시 아직 마이너스(-0.3%)이기는 하지만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소비는 중국 정부의 기대치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춘제(중국 설) 때부터 소비쿠폰을 뿌리며 내수활성화에 공을 들였지만 소매판매는 7개월 동안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했다가 8월에야 겨우 0.5% 증가하며 올해 첫 플러스 전환했다. 소매판매는 한 국가에서 소비 활성화의 정도를 파악하는 대표적 지표다.
문제는 중국에서 소비는 국가경제를 지탱하는 대들보라는 점이다. 지난해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소비 비중은 56%였다. 바꿔 말하면 다른 지표의 상승세에도 소비가 살아나지 못하면 중국 경제의 발전은 사실상 반쪽짜리 희망이다.
중국 정부도 이를 고려해 이달 말 제19기 중앙위 5차 전체회의(19기 5중전회)에서 내놓을 '2021~2025개년 국가경제계획'의 방점을 내수에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같은 중국 경제의 특성을 이해하더라도 마스크조차 착용하지 않은 채 다닥다닥 붙어 연일 풀파티를 벌이거나 맥주축제를 즐기고, 또 이를 중국 정부와 매체가 적극적으로 자랑까지 한다면 중국의 태도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긴 무리다. 여기다 미국 등의 코로나19 상황을 조롱하는 발언까지 중국에서 나오고 있다. 고의성 여부를 떠나 세계를 팬데믹으로 몰아넣은 시발점이 중국 후베이성 우한이라는 명제를 세계인은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jjw@fnnews.com 정지우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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