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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바이오사이언스, 408만주 무상증자…IPO 본격화

김민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07 15:37

수정 2020.10.07 15:37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공장 안동 L하우스.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공장 안동 L하우스.
[파이낸셜뉴스] SK바이오사이언스가 보통주 408만주를 무상증자하기로 결정하면서 본격적인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다. 발행 주식을 늘려 주당 단가를 낮추고 시장의 유동성을 높이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SK케미칼은 지난 6일 종속회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가 보통주 408만주를 무상증자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현재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발행주식 총수는 보통주 204만주 밖에 되지 않는다. SK케미칼이 바이오사이언스 지분을 98.04% 보유하고 있어 시중에 유통된 장외 주식수도 많지 않다.

이에 SK바이오사이언스는 10월 20일 기준 주주명부에 등재된 주주에 대해 1주당 2주의 비율로 신주를 배정하는 방식으로 무상증자를 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자본에는 주식발행초과금 204억원이 전입될 예정이다. 기존 무상증자로 1주를 가지고 있던 주주는 2주를 받게 돼 총 3주를 갖게 된다. 보통주도 기존 204만주에서 408만주가 늘어 총 612만주가 된다.

38커뮤니케이션 등 장외주식사이트에 따르면 현재 SK바이오사이언스의 장외주식은 물량이 적어 편차가 큰 상황이라 주당 350~4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번에 무상증자가 이뤄지면 3분의 1로 가격이 떨어져 주당 100만원 초중반대로 시장가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보통 기업들이 상장을 앞두고 무상증자나 유상증자, 액면분할 등을 진행한다"면서 "주식수를 늘려 유통을 원활하게 하고 단가도 낮춰 주주들을 많이 끌어모르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내년 상반기 IPO 예상
증권업계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이번 무상증자가 내년 상반기 IPO를 위한 첫 단추로 보고 있다. 이미 지난 7월 SK바이오사이언스는 NH투자증권을 대표주관사로, 한국투자증권을 공동주관사로 선정하고 상장을 위한 준비를 착실히 진행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18년 7월 SK케미칼에서 분사한 백신전문기업이다. 세계 최초 4가 세포배양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4가, 세계 두 번째 대상포진백신 스카이조스터, 국내에서 두 번째로 개발한 수두백신 스카이바리셀라 등의 자체 개발 백신을 보유하고 있다.

무엇보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주목 받는 것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위탁생산(CMO)을 함께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부터 코로나19 합성항원 백신 개발을 위해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과 협력을 시작했다.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선별하고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합성하는 단백질재조합 백신을 개발 중이다. 최근에는 빌&멜린다게이츠재단으로부터 코로나19 백신 항원 개발을 위해 360만달러(44억원)를 지원받기도 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백신 생산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백신 생산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의약품 CMO 시장에서 글로벌 1위 기업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 CMO 시장에서 글로벌 톱5 안에 드는 기업으로 성장 중이다. 2012년 완공된 안동공장 L하우스는 세포배양, 세균배양, 유전자재조합, 단백접합백신 등 선진 설비를 갖췄다. 세계 최초로 부유배양 기술(세포주를 배양탱크 안에서 띄운 상태로 배양)을 도입한 최고 수준의 생산기지로 꼽힌다. 연간 최대생산량도 1억5000만도즈에 달해 신규 백신을 개발 즉시 대량생산할 수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 신제품 생산라인 구축을 위해 2022년까지 1000억원을 투자하고 고용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백신 CMO가 가능하지만 의약품 CMO와 백신 CMO는 서로 오염 우려가 있어 동시에 진행되기 힘들다는 특성 때문에 코로나19 백신이 나오면 SK바이오사이언스가 CMO 계약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8월 미국 바이오기업 노바백스와도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노바백스는 미국 정부가 올해 안에 백신 유통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초고속 작전’ 프로그램에 따라 16억달러(약 2조원) 규모 자금을 지원받은 기업이다.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코로나19 백신 공급을 위한 위탁생산 계약도 체결하는 등 해외시장 진출과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에 나서고 있다.

■제2의 SK바이오팜 될 것
SK바이오사이언스의 2019년 기준 매출 1832억원, 영업이익 221억원에 불과하지만 최근 코로나19 백신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투자은행업계에서는 기업가치를 3조원 이상으로 평가하고 있다. SK그룹 계열의 바이오업체인 SK바이오팜이 올해 초 상장해 현재 11조1200억원 이상의 시가총액을 형성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상장하면 ‘제2의 SK바이오팜’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백신이 상용화되면 글로벌 CMO 계약이 늘어나면서 SK바이오팜의 시가총액을 넘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아스트라제네카와 체결한 계약에 따른 사업가치만도 약 1조7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며 “현재 완제 의약품 기준 1억5000만도즈의 생산이 가능하지만 2019년 실제 생산한 백신은 약 600만도즈여서 코로나19 백신 성과 등에 따라 기업가치가 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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