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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맹탕 재정준칙, 수정이 불가피하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07 18:03

수정 2020.10.07 18:03

국감서 여야 일제히 비판
유연성은 국회에 맡기길
21대 첫 정기국회, 첫 국정감사에서 재정준칙이 도마 위에 올랐다. 보기 드물게 여야가 한목소리로 반대했다. 집권 더불어민주당의 정일영 의원은 7일 기획재정부를 상대로 한 국감에서 "재정 투입해서 코로나19를 선방했는데 이 시기에 굳이 재정준칙을 만드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재정준칙 추진을 중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인 국민의힘 류성걸 의원은 "조물딱거리다 괴물 같은 해괴망측한, 국민을 기만하는 준칙을 만들었다"고 맹비난했다. 류 의원은 기재부 차관 출신이다. 친정을 상대로 쓴소리를 했다.


여야의 지향점은 다르다. 민주당은 왜 하필 지금 재정준칙이냐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데, 괜히 준칙을 만들었다 발목을 잡힐까 우려하는 눈치다. 국민의힘은 면제·예외조항으로 가득한 맹탕 콘텐츠에 날을 세운다. 역시 기재부 차관을 지낸 추경호 의원은 "한마디로 우리(문재인정부)는 원없이 쓰고 갈 테니 차기정부 부담은 모르겠다는 식의 '아몰랑'"이라고 말했다. 찌르는 곳은 다르지만 이런 준칙이 필요없다는 데는 여야 의견이 같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준칙이 느슨하다고 하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며 "재정준칙 관련 입법안을 연말에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준칙을 법령에 담으려면 국가재정법을 개정해야 한다. 홍 부총리의 법 개정 의지는 평가할 만하지만 현실성은 제로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반대하면 어떤 법안도 국회를 통과할 수 없다.

기재부는 "재정준칙을 세계 92개국이 운용하고 있다"며 "선진국 중 한국, 터키만 도입 경험이 없다"고 말했다. 뒤집어 말하면 이는 각국에서 시행 중인 재정준칙이 그만큼 실효성이 없다는 뜻이다. 선진국 중에는 준칙에도 불구하고 국가채무비율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 안팎인 나라가 수두룩하다. 이웃 일본은 200%를 웃돈다. 이는 준칙을 도입했느냐 안 했느냐보다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우리는 기재부에 시안 수정을 권한다. 국가채무비율 50%를 1차 마지노선으로 삼아 2022년부터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바란다. 정부가 할 일은 여기까지다.
준칙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기준은 국회에 맡기면 된다. 만약 코로나 사태가 몇 년간 이어지면 여야가 합의해서 준칙의 비율, 시행 시기 등을 조절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준칙 변경 시 국회가 과반수보다 좀 더 높은 찬성률, 예컨대 60% 룰을 적용하면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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