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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6년만에 문닫는 태권도장 살려낸 '착한 상생'

장충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11 09:00

수정 2020.10.11 11:16

수원 영통구 태권도장, 코로나19 장기화로 폐업 위기
학부모들 '동생 함께 보내기', '선입금' 등 고통 분담하며 위기넘겨
수원시 영통구의 한 태권도장이 코로나19로 폐업한다고 학부모들에게 보낸 안내문 일부 캡쳐
수원시 영통구의 한 태권도장이 코로나19로 폐업한다고 학부모들에게 보낸 안내문 일부 캡쳐
【파이낸셜뉴스 수원=장충식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6년간 운영하던 태권도장이 문을 닫게 될 위기에 처하자, 학부모들이 나서 '선입금'까지 불사하는 지원을 펼친 끝에 폐업을 막아냈다.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 8월 학부모들에게 장문의 안내문을 보냈다.

안내문에는 아이들의 성장을 바라보며 자식을 키우는 마음으로 열심히 지도하고자 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구구절절하게 담겼다.

A씨는 "부모님과 아이들의 사랑으로 2013년부터 운영되었던 태권도장이 운영을 종료하게 됐다"며 "버티고 버텨보았지만, 더이상 운영을 할 수 없어 이렇게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태권도장을 하며 저에겐 작은 꿈이 있었다. 제자들이 성인이 되고, 함께 흰띠때 사진을 함께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 꿈이었다"며 "하지만 이를 수 없는 꿈이 되었고, 그 작을 꿈을 이루지 못하고 떠하는 것이 마음이 너무나 아프고 힘들다"고도 했다.


그는 특히 "수련생이 많아지면 권리금을 목적으로 도장을 다른 사람에게 매매하는 경우도 있지만, 절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정말 너무나 그리울 것 같다"는 아쉬운 마음을 전하면서 학부모들의 이해를 구했다.

올해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결국 6년간 운영해 온 태권도장이 문을 닫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임대료 인하 등의 혜택은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오히려 수익이 줄어들어 임대료를 연체해야 하는 상황까지 빚어지게 됐다.

정부에서 소상공인들에 대한 긴급재난지원금 등의 지원에 나섰지만, 태권도장과 같은 학원업계에는 별다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때문에 A씨는 평일에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주말에는 택배 아르바이트까지 해 가며 태권도장을 지키려 노력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확산에 재확산을 거듭하면서 학원들에는 영업중지 권고가 내려지고, 감염을 우려한 학부모들이 아이를 보내지 않으면서 사태는 더욱 악화됐다.

학부모들에 따르면 해당 태권도장은 아이들의 성품을 중요하게 여기는 인성교육을 통해 인근에서 꽤 유명했지만, 코로나19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때 A씨의 사연을 전해 들은 학무모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감염을 우려해 태권도장에 보내지 않던 부모들도 철저한 방역을 당부하며 다시 아이들을 등원 시켰고, 나이 어린 동생들까지 보내며 폐업을 막아보려 했다.

또 학부모들 중 일부는 '선입금'까지 제안하며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도움의 손길을 보태고자 했다.

큰 아이를 몇년째 태권도장에 보내고 있는 한 학부모는 "태권도장의 어려운 상황이 알려지자 SNS 등의 단체방을 통해 학부모들의 구제 움직임이 시작되고, '동생 함께 보내기', '선입금' 등 도울 수 있는 방법들이 논의됐다"며 "학부모들은 그동안의 고마움을 표현하고, 코로나19를 함께 극복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됐다"고 말했다.

이같은 학무모들의 지원은 경제적인 해결과 더불어 마음의 변화까지 이루어 냈다.

태권도장은 늘어난 원생으로 전부는 아니더라도 당장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게 됐고, 무엇보다 A씨가 다시 용기를 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학부모들의 진심을 보게 된 A씨는 태권도장 문을 닫는 대신 조금 더 버텨보는 쪽으로 마음을 바꿨기 때문이다.

여전히 주말에는 택배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아이들을 위해 또 도움을 준 학부모들을 위해 좀 더 힘을 내보기로 결정한 것이다.


A씨는 "진심어린 위로와 도움의 손길을 보내 준 학무모들께 감사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들어도 함께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해 준 소중한 계기였다"고 말했다.

jjang@fnnews.com 장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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