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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규제 3법, 졸속 임대차 3법이 반면교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08 18:28

수정 2020.10.08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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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에 시장은 끙끙
투기자본에 문 열텐가
기업규제 3법을 놓고 정부·여당과 재계가 정면충돌했다. 3년 전 출범 첫해에 문재인 대통령은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과 총수 등 기업인을 청와대로 초청해 '호프미팅'을 가졌다. 하지만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급기야 21대 국회가 기업규제 3법을 밀어붙이면서 둘 사이는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미증유의 코로나 사태 속에 꼭 지금 이래야 하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규제 3법을 둘러싼 탐색전은 끝났다.
지난달 박용만 회장은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정치권이 경제에 눈과 귀를 닫고 자기정치에 몰두하고 있다"고 작심 비판했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호소를 귓등으로 들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6일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규제 3법을) 늦추거나 방향을 바꾸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사실상 최후통첩이었다. 7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논의를 할 만큼 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거들었다. 현재 진행 중인 국정감사가 26일 끝나면 입법의 시간이 온다. 이때 민주당은 규제 3법을 임대차 3법처럼 강행 처리할 태세다. 이에 맞서 재계는 상의·경총 등 5개 단체가 공동대응 방안을 마련했다.

우리는 두가지 우려를 전달한다. 먼저 타이밍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한국 경제가 선방하고 있다곤 하지만 곳곳에서 아우성이 터져나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정부·여당과 재계가 거칠게 붙어서 경제에 좋을 게 하나도 없다. 지금은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게 급선무다.

다른 하나는 졸속입법에 따른 부작용이다. 법이 미치는 영향력은 대단하다. 수년 전 면세점 면허기간을 단축한 관세법 개정안은 순식간에 시장을 뒤집어놓았다. 면세점은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서 지금은 먹을 건 없고 버리긴 아까운 계륵 같은 존재로 전락했다. 올봄 타다 운행을 금지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은 모빌리티 혁신에 대못을 박았다. 타다금지법은 한국판 적기법이다.

정부·여당은 특히 임대차 3법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21대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은 힘을 앞세워 지난 7월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 청구권 등을 핵심으로 하는 임대차 3법을 강행 처리했다. 8월엔 종합부동산세법 등 세법까지 통과시켰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그 후유증으로 끙끙 앓는 중이다. 재산권 행사에 제동이 걸린 집주인은 분노하고, 임차인은 전세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른다. 당시에도 정부·여당은 임대차 3법이 20대 국회에서 폐기된 법안이라며, 이미 논의할 만큼 했다고 말했다.

기업규제 3법은 이보다 더 큰 파장을 낳을 게 틀림없다.
경영권과 직결된 감사위원 분리 선임, 다중대표소송제(상법), 지주사 지분율 상향(공정거래법) 등을 다루기 때문이다. 임대차 3법은 우리끼리 다투면 되지만 규제 3법은 행동주의 헤지펀드 등 외부 개입을 부를 수 있다.
전광석화처럼 법안을 처리한 뒤 뒤늦게 땅을 치는 일만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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