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조선말'이라고 부르는 북한말은 우리말과 같으면서 다르고, 다르면서도 같다. [北語(북어)사전]을 통해 차이의 경계를 좁혀보려 한다.
(서울=뉴스1) 이설 기자 = "평양에서부터 먼 길을 달려와 아글타글 애쓰는 그들을 본 현지 일꾼들과 주민들의 눈굽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지난 8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보도된 '최전선의 전투원이라는 자세에서'라는 제목의 기사다.
올해 역대급 수해를 계기로 내부 결속에 나서고 있는 북한은 복구 현장에 투입된 일꾼들의 헌신을 연일 크게 부각하는 모습이다.
북한 '조선말대사전'에 따르면 눈굽은 눈구석이나 눈의 가장자리를 의미한다. 사전은 예시로 '눈굽이 뜨거워지다' '눈굽에 눈물이 고이다' 등의 문장을 들었다.
최고지도자의 은정에 종종 눈물을 보이곤하는 주민들의 모습을 표현할 때 유용하게 쓰이는 단어인 것으로 이해된다. 우리말 사전에는 없는 단어다.
같은 날 '불가능을 모르는 기질과 본때로'라는 제목으로 실린 기사에도 수해 복구 현장을 소개하며 "밤잠을 잊다싶이 하였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이는 쉽게 유추할 수 있듯이 '-는 바와 같이'를 뜻하는 연결 어미인 '-다시피'의 북한식 표현이다. 남한 표기를 기준으로 하면 '-다싶이'는 틀린 표현이다.
특이한 북한식 표현은 같은 날 다른 보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원회의 개최 소식을 접한 각계 반향을 전하면서 "국가적 의의가 큰 과학기술적 문제들을 하나씩 모가 나게 풀어나가겠다"는 다짐을 실었다.
여기서 '모'는 '선과 선 또는 면과 면의 끝이 서로 만나는 자리의 꺾인 부분'을 의미한다. 우리는 주로 '모나다'라고 활용하는데 북한은 '가'라는 조사도 허용하고 있다.
조선어 사전은 '모(가) 나다'에 대해 ① 성질이나 행동 또는 일의 진행 등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나거나 표가 나다 ② 성질이나 행동 또는 일의 진행 등이 원만하거나 순조롭지 못하고 가탈스러운 점이 있다 등으로 설명하고 있다.
반면 우리 사전은 '모나다'에 대해 ① 사물의 모습에 모가 있거나 일에 드러난 표가 있다 ② 말이나 짓 따위가 둥글지 못하고 까다롭다 ③물건이 쓰이는 데 유용한 구석이 있다 등의 의미로 설명한다.
까다로운 특성에 초점을 맞춘 우리와 달리 북한은 '성과를 드러내다'라는 의미를 더 부각해 설명하고 있는 걸 알 수 있다. 10일 당 창건 기념일과 내년 1월 8차 당대회를 앞두고 인민들을 향해 '모가 나게' 하자고 독려하는 문장이 유독 많이 나타나는 이유일 것이다.
■ 눈굽
[명사]
눈구석이나 눈의 가장자리.
예구: ~이 뜨거워지다, ~에 눈물이 고이다.
■ 다싶이
[어미]
① '-는 바와 같이'의 뜻을 나타내는 연결 어미.
② 어떤 동작이나 상태에 가까움을 나타내는 연결 어미.
■ 모(가) 나다
[형용사]
① 성질이나 행동 또는 일의 진행 등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나거나 표가 나다.
② 성질이나 행동 또는 일의 진행 등이 원만하거나 순조롭지 못하고 가탈스러운 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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