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지난 28일 군복을 입은 손님들이 롯데리아 매장에 줄을 선 사진 한 장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롯데리아가 군대식 햄버거 신제품 '밀리터리버거'를 출시했단 소식에 현역 군인들이 직접 확인하러 간 것으로 추정되는 모습이었다. 사진엔 '진짜와 비교하려고 온 현역 미식가들'이라는 설명이 붙었다.
누리꾼들은 "군슐렝(군인+미슐렝)이 따로 없다", "전역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추억이 떠오른다"는 반응으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롯데리아 신제품 '밀리터리버거'가 군(軍) 마케팅으로 흥행몰이 중이다.
군대를 활용한 마케팅은 특별히 유행을 타지 않으면서도 관심도가 높아 업계가 주목하는 방식이다. 남성 소비자에게는 추억을, 여성에겐 호기심을 자극해 성별을 가리지 않는 인기를 누릴 수 있어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군대 마케팅을 활용하면 '중박' 이상은 떼 놓은 당상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 설명이다.
◇'군슐렝' 출동…군부대·터미널 인근 밀리터리버거 매출↑
1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리아 '밀리터리버거'는 전국 평균 판매량 대비 군부대 인근 매장에서 약 60% 이상 더 많이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리아 전체 햄버거 전체 매출 중 밀리터리버거가 차지하는 비중도 8%를 넘어섰다.
특히 전국 군부대와 인접한 매장을 선별해 조사한 결과, 부산 '해운대좌동점'은 밀리터리버거 판매 비중이 11%로 나타나 평균치를 웃돌았다. 휴가나 외출·외박 시 군 장병들이 자주 방문하는 '롯데리아 서울 남부터미널점'은 12%로 신제품을 향한 군 장병들의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밀리터리버거는 군대 병영식(食) 중 하나인 햄버거 메뉴를 흡사하게 구현해낸 제품이다. 버거 빵 2세트와 슬라이스 햄·패티·양배추 샐러드·딸기잼을 식판처럼 생긴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판매해 보는 재미를 더했다.
군대 생활을 간접 경험할 수 있는 이색 제품에 일반 소비자들도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밀리터리버거는 지난달 28일 출시 당일만 5만개 이상 팔려나간 데 이어 출시 2주도 채 되지 않아 불고기버거·새우버거 뒤를 잇는 롯데리아 인기메뉴 3위 자리를 꿰찼다.
롯데GRS 관계자는 "출시 첫날 판매량은 당초 예상보다 2배를 넘어선 수준"이라며 "군대에서만 맛볼 수 있던 이색 메뉴에 흥미를 느낀 고객들이 많아 판매가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흥행 보증 '軍 마케팅'…추억·호기심 자극 '성별 초월' 인기
한국마케팅연구원이 발표한 '군대 마케팅의 선전포고' 보고서에 따르면 군대 콘텐츠가 마케팅에 활용되기 시작한 건 1994년 개봉한 톰행크스 주연의 영화 '포레스트검프'가 처음이다. 극 중 여자주인공이 착용한 군복이 밀리터리룩 흥행의 시초가 됐다는 설명이다.
밀리터리는 패션뿐만 아니라 소품·먹거리로 영역을 확장하며 두루 인기를 누렸다. 앞서 지난 2013년 7월 MBC 프로그램 '진짜사나이'가 인기를 끌자 롯데마트는 반합·밀리터리 방수시트를 출시하기도 했다. 직전 3개월간 군대 대표 간식 건빵 매출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26% 늘었다.
군대 마케팅은 유튜브나 TV의 군 체험 프로그램 인기를 타고 반짝 유행하는 시기도 있지만, 반대로 유행하지 않는 시기도 없었던 독특한 특성이 있다. 남성 고객에게는 군 생활 당시의 추억을, 여성 고객에겐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광고 효과가 높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 설명이다.
광고홍보업계 관계자는 "군대를 직접 경험한 남성 소비자에겐 밀리터리 마케팅이 더 친숙하게 느껴질 것"며 "전 국민의 절반의 마음은 확보한 셈"이라고 말했다.
롯데리아 서울역사점에서 밀리터리버거를 구매한 이모씨(26·남)는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친구들과도 '군대에서 이런 메뉴를 먹었다'며 보여주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며 "어딘가 허술한 맛도 현실 '군대리아' 고증을 잘한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생 최모씨(22·여)는 "군대는 일반 여성들에겐 미지의 영역"이라며 "군대 매점(PX)에서 판매한다는 '맛다시'(고추장 양념)가 궁금해서 사먹어 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편 군대 콘텐츠를 활용한 홍보 활동이 남성 소비자 위주라는 우려도 있다. 앞서 지난 2013년 온라인 쇼핑몰 티몬이 실제 군대에 납품하는 식자재를 한 데 모아 판매한 '군대리아 세트' 구매자 중 2040 남성 소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넘어 특정 성별과 나이에서 인기가 높게 나타났다.
황장선 중앙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밀리터리 룩도 남녀를 가리지 않고 인기가 있듯, 식품을 대상으로 한 군 마케팅은 성별 진입장벽이 더 낮을 것으로 보인다"며 " 톡톡 튀는 마케팅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홍보업계 관계자는 "군대를 활용한 마케팅은 다른 나라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홍보 방식"이라며 "전 세계에서 유일한 국가적 특성을 활용해 차별화한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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