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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국회의원, 한국서 컴퓨터로 등본 떼는 모습 보고 깜짝 놀라"[글로벌리포트]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11 17:16

수정 2020.10.11 20:29

日에 한국식 전자정부 첫 구축
이코퍼레이션 염종순 대표
"일본인들 방향 정해지면 돌진
한국과 디지털 협력 시작되면
IT기업에 새로운 문 열릴 것"
염종순 이코퍼레이션닷제이피 대표가 11일 도쿄 니혼바시의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조은효 특파원
염종순 이코퍼레이션닷제이피 대표가 11일 도쿄 니혼바시의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조은효 특파원
【도쿄=조은효 특파원】 "일본 국회의원 앞에서 한국의 정부24사이트에 접속해 한국의 주민등록등본을 즉석에서 출력하니 깜짝 놀라더군요."

염종순 이코퍼레이션닷제이피 대표(58·사진)는 일본에서 간혹 "미래에서 오셨느냐"는 얘길 듣는다. "일본의 디지털 정책이 가야 할 길을 컨설팅해주고,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만나면 이런 반응이 나온다"고 했다.

모범답안은 이미 그의 머릿속에 있다. 2000년대 이후 지난 20년간 한국이 걸어온 디지털 정책이다.
'과장, 부장, 상무' 이런 직급 명칭을 갖고 있는 것도, '6·3·3'학제를 가진 것도, 한·일의 공통점이다. 사회 전반의 제도·시스템이 유사한 한국이야말로 일본 정보화 추진의 벤치마킹 대상이라는 것이다.

일본 지자체에 한국식 전자정부를 최초로 구축한 염 대표는 11일 도쿄 니혼바시 사무실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산업화 시대에는 한국이 일본을 따라가는 입장이었지만 정보화 시대에 들어 한국이 일본을 앞서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총무성의 전자정부추진원(2010년~현재) 등으로 활동하며 일본 정부와 지자체에 IT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염 대표는 "한국인은 디지털에 특화된 민족성을 갖고 있고, 일본은 아날로그에 특화된 면모가 강하다"며 양국이 가진 기본적인 속성의 차이에 대해 설명했다.

"한국이 혁신을 말할 때 일본은 '가이젠(개선)'을 강조한 것도 양자 간의 차이 때문이죠." 염 대표는 "일본에 노벨상 수상자가 그토록 많은 것도, 수백년 장인기업이 많은 것도 꾸준하게 한 자리에서 갈고 닦아야만 거둘 수 있는 아날로그적인 노력이 뒷받침됐다"고 했다. 반면 디지털시대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부터는 얘기가 달라진다. "변화에 빠른 적응력을 보이는 한국이 디지털 분야에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손놓고 있을 일본은 아니다. 그의 이력을 볼 때 한 번씩 되묻게 되는 게 사업을 하면서 어떻게 일본 지자체 두 곳에서 공무원을 겸직했느냐는 것이다. 규슈 사가현은 2007년 한국 국적으로는 처음으로 그를 정보기획감(과장급)으로 영입했다.

지자체 최초로 한국식 클라우드 행정을 구축하자 혼슈 최북단 아오모리시가 그를 정보정책보좌관(부장급)자리를 자리를 주겠노라고 러브콜했다. 각기 다른 지자체에서, 일본 열도를 가로지르며 공무원을 겸직하는 전무후무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염 대표는 "일본은 자기들이 필요하다면 안되는 것도 없다"고 했다. 또 "전례와 규칙, 규범에 매이면서도 일순간 변화를 직감하면 또 높은 수용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일본도 방향을 정하면 돌진할 것이란 얘기다. 최근 스가 정권은 출범과 동시에 디지털청 설립을 추진하는 등 정보화·디지털화 정책을 적극 펼치고 있다.
염 대표는 "스가 내각이 한국 정부와 협력하면 디지털 개혁의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한·일 디지털 협력이 실현되면 그 과정에서 한국 IT 기업의 일본 시장 진출의 문도 열릴 것"이라고 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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