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금융위 고난도상품판정委 출범 '표류'...은행 눈치보나

최경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8월 출범 예정서 기약 없이 지연
"투자자 관점서 판정"에 은행권 반발
금융위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 추진 중"  

금융위 고난도상품판정委 출범 '표류'...은행 눈치보나

[파이낸셜뉴스] 사모펀드 사태 이후 금융위원회가 투자자 보호 등을 위해 지난 8월 출범시키려고 했던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정위원회가 기약없이 표류하고 있다. 금융권에선 금융위가 투자자 관점에서의 최종 판정에 반발하는 시중은행들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7월 금융위는 '고난도금융투자상품판정위원회 설치 및 운용에 관한 규정 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이는 금융위가 지난해 11월 내놓은 '고위험 금융상품 종합개선방안'의 후속 조치다.

당시 금융위는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가 발생한 원인이 상품 규제 및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고위험 사모펀드와 신탁의 은행 판매를 제한했다. 그러면서 파생상품 등이 내재돼 투자자가 이해하기 어렵고, 최대 원금손실 가능성이 20% 이상인 상품을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으로 규정했다. 파생결합증권과 파생형 펀드(신탁·일임)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후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판정위를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판정위는 금융위 금융소비자국장이 위원장을 맡고 소비자 보호 전문가, 자본시장 전문가, 법률전문가 등 25명 내외의 민간 위원이 위촉될 예정이었다. 금융상품의 위험 정도 판단은 1차적으로 은행이 하고, 이후 해당 여부가 불분명하면 금융투자협회에 판단을 의뢰하고 여기서도 판단이 어려울 시 금융위에 최종 판단을 요청하게 되는 구조였다.

당초 판정위는 8월에 공식적으로 출범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정문 의원이 금융위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판정위 출범은 현재까지도 기약없이 표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판정위 출범과 관련, 금융위에선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정의 신설 등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이고, 시행령 개정 시행시기에 맞춰 판정위를 운영할 계획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정문 의원실 관계자는 "법이 아닌 시행령인 만큼 당국의 의지만 있었다면 이른 시일에 판정위를 출범시킬 수 있었을 것이지만, (당국은) 판정위 출범에 대해 별다른 의지가 없어 보인다"며 "금융위의 관련 업무계획 이행점검에 대한 평가조차 금융감독원에 이첩시켰다"고 전했다.

금융권에선 금융위의 이 같은 모습이 시중은행들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판정위의 민간 위원들이 금융사로부터 상품의 구조와 기초자산 등을 설명 받은 후 이해하기 어려운지 여부 등을 온전한 '투자자 관점'에서 판정하겠다는 것에 반발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판매사의 입장을 배제한 채 추상적인 투자자 관점을 중심으로 최종 판정을 내린다는 것은, 향후 결과에 대한 갈등을 발생시킬 소지를 증대시키고 판매사의 입지를 좁아지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모펀드 사태 등으로 상품 규제 및 투자자 보호가 화두로 떠올랐지만,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정위의 출범 및 역할 등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는 상황"이라며 "이런 복잡한 상황에서 판정위와 관련한 금융당국의 고심이 깊어지면서, 당초 관련 계획도 지연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mail protected] 최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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