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구본영 칼럼] 길잃은 에너지 전환 정책

구본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12 18:02

수정 2020.10.12 18:02

文정부 탈원전 대안 못찾아
한전 콜로라도 태양광 철수
합리적 에너지 믹스가 정답
[구본영 칼럼] 길잃은 에너지 전환 정책
최고 54도를 넘나드는 폭염에 시달리던 지난 8월 중순.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대정전 일보 직전까지 갔다. 태양광발전소들이 제 구실을 하지 못하면서다. 지역별 순환정전으로 블랙아웃 사태는 가까스로 면했다. 하지만 하수처리장 작동 중지로 오물이 상수도로 넘치는 등 수백만명의 주민이 악몽 같은 경험을 했다.

태양광엔 풍부한 일조량과 낮은 습도가 필요조건이다. 발전 효율성도 낮아 원전에 비해 토지가 100배 이상 많이 소요된다.
캘리포니아, 네바다, 콜로라도 등 미국 서부 사막지대가 태양광의 요람으로 각광받는 까닭이다. 그러나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 즉 밤낮과 날씨에 따른 '간헐성'이다. 이번에 캘리포니아 태양광발전소들도 기후변화로 구름이 많이 끼자 원천적 한계를 노출한 셈이다.

한전이 미국 콜로라도에서 운영하던 30㎿ 태양광발전소를 청산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1억원 넘게 적자를 보자 지난 7월 이사회가 내린 단안이다. 2017년 210억원을 들여 인수했으니, 매몰비용만 19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최대 전력시장인 미국에 태양광 깃발을 꽂았다고 자랑하다 3년 만에 백기를 든 꼴이다.

이는 신재생에너지원에 내재한 간헐성이라는 한계를 간과한 결과다. 만일 이를 극복할 에너지저장시스템(ESS) 개선 등 획기적 기술혁신 없이 무작정 태양광에 올인한다면? 우리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화력발전 못잖은 반환경성 논란에 부닥칠 게 뻔하다. "지면의 반은 태양광 패널이, 나머지 반은 태양광 폐기물이 차지하게 될 수도 있을 것"(김영훈 대성그룹 및 전 세계에너지협의회 회장)이라는 전망처럼 말이다.

문재인정부는 임기 초부터 탈원전 드라이브를 걸었다. 대신 태양광·풍력 진흥에 발 벗고 나섰다. 하지만 올여름 전력소비가 가장 많은 시간대의 태양광과 풍력을 합친 발전량을 보라. 전체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에도 못 미쳤다. 원전이나 화전에 비해 발전 효율성이 떨어진 게 근본 요인이다. 설상가상으로 운조차 따르지 않았다. 유례없이 긴 장마가 태양광에 대한 환상에 아예 찬물을 끼얹고 말았으니….

우량 공기업이었던 한전은 현 정부 들어 속골병이 깊어지고 있다. 탈원전과 석탄발전 축소로 수지가 악화된 데다 베트남 화전 투자 등도 환경단체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아직 경제성을 확보하지 못한 태양광 확대에 총대를 메는 것도 큰 부담이다. 태양광산업이 정부 보조금을 노린 86운동권의 놀이터로 전락했다는 소문과 함께….

문재인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이 길을 잃고 헤매는 형국이다. 혹여 이런 처지가 '판도라'라는 영화 한 편을 보고 과속 탈원전을 결정한 대가라면? 오래전 개그프로그램에서 인기를 끌었던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라는 대사를 곱씹어 봐야겠다.

농구나 축구 등 단체 스포츠에서 개인 기량이 달리는 팀은 맨투맨 방어보다 지역방어가 더 효과적일 때가 많다. 국토가 협소한 데다 산지가 70%인 우리나라다. 아직 경제성도, 환경성도 확보 안 된 태양광과 풍력만 쳐다보고 있을 순 없다.
화전과 원전, 신재생에너지 그리고 미래의 바이오에너지에 이르기까지 모든 발전원은 장단점이 있다. 특히 현 시점에 우리가 세계적으로 기술적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 원전을 성급히 배제해서는 안 될 이유다.
에너지원별 기술발전 추이를 지켜보면서 최적의 '에너지 믹스'를 짜는 게 답이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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