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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도 못꺾은 LG화학 성장세… 석유화학·배터리 호실적 [LG화학 3분기 '깜짝 실적']

성초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12 18:23

수정 2020.10.12 18:49

매출 7조5073억·영업익 9021억
시장전망치 20% 상회 '사상최대'
분할전 주주달래기 성공할지 주목
4분기 영업익 9000억~1조 기대
코로나도 못꺾은 LG화학 성장세… 석유화학·배터리 호실적 [LG화학 3분기 '깜짝 실적']
LG화학이 올해 3·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창사 이래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석유화학 사업의 수익 확대에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성장세가 더해지면서 '깜짝 실적(어닝서프라이즈)'을 이끌었다.

영업익 9021억원 '사상 최대'


LG화학은 3·4분기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7조5073억원과 9021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12일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8.8% 늘었고,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58.7% 확대됐다. 앞서 에프앤가이드가 제시한 LG화학의 3·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7329억원)를 20% 이상 뛰어넘는 실적이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종전의 분기 최대 실적 기록도 갈아치웠다.
직전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은 2019년 4·4분기의 7조4510억원, 영업이익은 2011년 1·4분기의 8313억원이었다.

LG화학이 코로나19 악재에도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는 이익을 내놓을 수 있었던 이유는 석유화학과 전지(배터리) 등 전 사업에서의 고른 실적 덕분이다.

본업인 석유화학부문에선 고부가합성수지(ABS),NB라텍스, 폴리에틸렌(PE) 등 주요 제품의 견조한 시황이 유지되며 실적이 대폭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전제품, 전자기기 내장재로 쓰이는 ABS는 코로나 수혜 품목으로 꼽힐 정도로 최근 시황이 좋다. ABS의 스프레드(ABS 가격에서 납사 가격을 뺀 값)는 지난 4월 t당 1124달러에서 9월엔 1600달러까지 벌어졌다. LG화학은 연간 200만t 생산규모를 갖춘 ABS 세계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이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ABS, PE 등 주력제품 강세가 지속되면서 전망치를 20% 이상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며 "특히 ABS 스프레드는 역사상 최고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오는 12월 1일 분사를 앞둔 전지부문도 흑자 기조를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부진 영향으로 해당 사업에서 최대 실적을 냈던 2·4분기에 비해선 단기적으로 수익이 악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민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ESS 사업이 적자로 돌아섰지만 중대형과 소형 배터리에서 실적이 개선되면서 2·4분기와 비슷한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분사 이슈' 주주달래기 먹힐까


LG화학이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하면서 전지 사업 부문의 물적분할 결정에 반발하는 소액주주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LG화학이 결산 공시 전에 잠정 실적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달 말 전지 사업부문 물적분할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이례적으로 먼저 실적을 공개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LG화학은 "당사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주와 투자자들이 실적 예측과 기업 가치에 대해 판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잠정 실적을 공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LG화학이 배터리 사업을 전담하는 'LG에너지솔루션(가칭)' 출범을 결정하자 소액주주들은 기업 가치가 하락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지 외 석유화학 등 타 사업에서의 호실적을 발표해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실적 모멘텀으로 전지부문 분할 결정 이슈에 정면 돌파하기 위해 유례없는 잠정 발표를 결정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LG화학의 실적 호조세는 4·4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선 석유화학 사업의 견조한 수익과 전기차 배터리 판매 증가에 따른 중대형 전지의 수익성 정상화 등으로 4·4분기 9000억~1조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LG화학은 오는 21일 3·4분기 사업부문별로 확정된 실적 발표과 기업설명회(IR)를 진행할 예정이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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