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비말 묻은 쓰레기까지… '코로나 무방비' 환경미화원

윤홍집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13 17:56

수정 2020.10.13 18:52

감염 우려에도 마스크에만 의존
열악한 근무환경에 불안감 호소
지난 8·15 광복절 집회 이후 광화문 일대를 치우고 있는 환경미화원들. 종로구 환경미화원 제공
지난 8·15 광복절 집회 이후 광화문 일대를 치우고 있는 환경미화원들. 종로구 환경미화원 제공
'필수 노동자'라 불리며 일상에서 궂은 일을 도맡아온 환경미화원들이 코로나19와 쓰레기 무단투기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환경미화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은 과거부터 지적돼 왔지만 최근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업무환경 개선 대책마련이 절실하다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자가격리자 만나 직접 쓰레기 수거도


1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기준 환경미화원은 3만7318명이다. 지난 2016~2018년 3년간 환경미화원 관련 산재사고는 1796건 발생했다. 차량에 치이거나 수거차 장비에 끼여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로는 '감염'이라는 또 하나의 위협이 추가됐다.
업무를 하면서 하루에도 수십번씩 비말이 묻은 쓰레기를 수거하고, 사람들과 접촉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에는 서울 지하철신도림역 환경미화원 8명이 집단감염되기도 했다.

환경미화원의 근무 환경은 코로나19와 매우 밀접하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직·간접적으로 마주해야 하는 위험이 크게 늘었다.

환경미화원들은 코로나19 자가격리자의 자택에 방문해 쓰레기를 수거한다. 자가격리자로 부터 발생한 쓰레기가 공용 수거함에 버려지면 인근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기 때문이다.

환경미화원들은 자가격리자와 시간을 조율하고 때로는 대면해 쓰레기를 받아야 한다. 자가격리자와 접촉하더라도 주어진 보호장비는 마스크 한장 뿐이다.

특히 지난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면서 일회용 쓰레기도 폭증했다.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포장 주문만 가능해지자 길거리에는 일회용 컵을 무단투기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불특정 인물의 비말이 묻은 일회용잔은 환경미화원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됐다.

지역의 특수성이 업무 부담을 가중시키기도 한다. 일례로 서울 종로구에 소속된 환경미화원들은 광화문 광장을 관리한다. 광화문 일대는 8·15 광복절 집회로 코로나19로 크게 몸살을 앓았다. 집회 당시 종로구 소속 환경미화원 134명 중 절반이 넘는 70명이 광화문에 투입될 정도였다. 광장에는 마스크와 플랜카드, 담배꽁초 등이 버려졌고 이후 집회발 감염이 확산되면서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불안해도 누군가는 해야 할 일"


열악한 근무환경에 코로나19 위험이 더해지면서 환경미화원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20년동안 환경미화원으로 종사한 50대 김모씨는 "우리도 사람인데 일반인이랑 다른 감정을 느끼겠나. 의무감으로 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환경미화원 이모씨는 "새벽 5시부터 쓰레기를 치우고 돌아와 비좁은 휴게실에서 모여 밥을 먹을 때면 걱정이 되기도 한다"며 "일을 하다 냄새가 배다 보니 음식점을 가기도 힘들다"고 털어놨다.

정부는 지난 6일 환경미화원이 포함된 필수 노동자의 노동 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다.
TF는 필수 노동자 안전 및 보호 강화 대책을 시작으로 필수 노동자를 위한 추가 지원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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