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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임대 37%만 기초수급자… “공공주택 통합하면 불이익 방지”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14 17:54

수정 2020.10.14 18:52

<下> 가짜서민에 뺏긴 서민의 주거 <下>
자동차가액기준 등의 현 지침
기초수급자 가려내는 데 한계
공급 초기엔 미임대 물량 메우려
청약저축 가입자까지 입주시켜
행복주택 등 모든 임대 통합하면
소득 수준 따라 임대료 지불하고
공실 따른 부작용 막을 수 있어
서울 월계동 월계주공1단지에 주차된 메르세데스벤츠 차창에 사회적 약자들의 거처인 영구임대 아파트가 반사돼 비치고 있다. 사진=조윤진 인턴기자
서울 월계동 월계주공1단지에 주차된 메르세데스벤츠 차창에 사회적 약자들의 거처인 영구임대 아파트가 반사돼 비치고 있다. 사진=조윤진 인턴기자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등 사회적 최약자의 주거 보호를 위한 영구임대아파트가 고가 차량 소유자 등 '가짜 서민'이 판을 치고 있지만 현실적 예방책은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애인, 한부모가정, 기초수급자 등을 포용하는 영구임대 특성상 실질적 단속을 목적으로 단순 행정정보 이외의 신상을 요구하기 어렵다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영구임대를 분리해 낙인효과만 가져오는 현행 제도 대신 임대 유형을 통합해 취약계층과 중산층이 자연스럽게 융화되는 '소셜믹스(social mix)'가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영구임대, 세 가구 중 하나만 기초수급자


14일 국토교통부와 부동산 전문가들에 따르면 사회 최약자들의 거주환경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영구임대주택은 현재 입주자 상당수가 당초 취지에 맞지 않는 실정이다.
2018년 국회예산정책처가 발주한 용역인 '임대주택 정책 추이 및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영구임대와 같은 장기공공임대 주택에 거주하는 가구 중 기초수급자가 아닌 가구의 비중은 62.9%에 달했다. 영구임대 세 가구 중 한 가구만 기초수급자라는 이야기다. 해당 연구를 수행한 서울대 고길곤 교수는 "공공장기임대주택이 기초수급자의 주거복지를 위한 사업이라는 기존의 관점과 배치되는 현상"이라며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계층의 소득도 민간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과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이런 문제는 초기 제도 설계에 있다. 영구임대 공급 초기 미임대 상황이 발생하면서 청약저축 가입자, 일반인들까지 입주 대상을 확대한 것이다. 초기에는 영구임대 자산 기준도 없었다. LH주택토지연구원 최은희 연구원은 "초기 제도 정착기에 청약저축 가입자도 임대주택에 입주했다"며 "이들은 편법으로 들어온 것도 아니고 임대료도 기초생활수급자보다 많이 지불하고 있다"고 말했다.

뒤늦게 영구임대 입주 자격 제한은 구체화되고 있다. 2016년 공공주택 업무처리지침 개정으로 자산요건과 자동차가액 기준이 생겼다. LH는 별도 내부규정을 신설해 2017년부터 자동차가액기준 초과차량은 명의를 불문하고 단지내 등록이 불가하도록 조치하고 있다.

하지만 '눈가리고 아웅'식에 그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마음만 먹으면 명의 변경 등 차량 등록을 우회할 수 있고, 본인 확인도 강제할 수 없어서다. 변창흠 LH 사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LH가 본인 확인을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가령 입주자가 주민등록등본을 제출하지 않았을 때 어떤 의무를 둘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임대유형 통합, 대안으로 부상


변질된 영구임대주택의 문제를 바로잡으려면 근본적인 임대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초기와는 달리 최근에는 신혼부부, 청년층, 중산층에게도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방향으로 임대 정책이 바뀌고 있다. 고 교수는 "공공임대주택의 수혜자를 확대할수록 정책의 목표는 다양해 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추진중인 임대 유형 통합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토지주택연구원 진미윤 박사는 "영구임대 대기자들은 상위 임대제도인 국민임대나 행복주택이 비어 있어도 임대료가 너무 비싸서 들어갈 수 없다"며 "유형통합을 하면 위치와 상관없이 소득 수준에 따른 임대료만 지불하면 돼 임대유형간 칸막이를 없앨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통합임대 선도 단지는 과천지식정보타운 610가구, 남양주 별내 577가구다.
현재 각각 영구임대, 국민임대로 승인 받은 사업을 오는 12월에 '통합공공임대주택'으로 사업 변경 승인 후 착공에 들어간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 조윤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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