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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을 다스릴 2021년, 10가지 트렌드 키워드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15 13:10

수정 2020.10.15 13:10

김난도 서울대 교수 / 미래의창 제공
김난도 서울대 교수 / 미래의창 제공
코로나 바이러스가 온 세계를 집어삼킨 2020년. 비대면은 일상이 됐고 경제 또한 불확실성으로 요동치고 있다. 바이러스가 바꿔놓은, 바이러스로 인해 바뀌게 될 우리의 경제는 어떤 모습일까. 2007년부터 14년째 매년 이맘 때 그 다음해의 10가지 트렌드 키워드를 그해의 띠 동물에 맞춰 발표해온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내년의 10대 트렌드 키워드로 '카우보이 히어로(COWBOY HERO)'를 제시했다. 김 교수는 지난 13일 "영어로 백신이라는 단어의 앞머리 'Vac'의 어원이 '소'에서 왔다"며 "날뛰는 소를 마침내 길들이는 멋진 카우보이처럼 내년에는 날뛰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잘 길들이는 작은 영웅들의 활약을 기대해본다"며 10개의 키워드를 하나씩 설명했다.

트렌드코리아 2021/김난도 외/미래의창
트렌드코리아 2021/김난도 외/미래의창
①'V-노믹스' 시대의 도래
김 교수가 가장 먼저 제시한 키워드는 'V-노믹스'다. V는 바이러스와 백신, 밸류, 비전을 뜻한다. 김 교수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초래한 경제와 소비의 변화, 진행 양상 등에 대해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양적인 축소는 불가피하다. 경제 규모가 종전의 90% 미만으로 수축되는 이른바 '90% 경제'가 지속되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질병 확산이 완화되면 '보복 소비'가 그동안의 침체를 벗어날 자극이 돼 줄 것으로 기대하지만 '보복 저축' 역시 빠르게 늘 것으로 전망했다.

②옴니-레이어드 홈
코로나 이후 가장 큰 변화를 겪게 된 공간은 '집'이다. 집의 공간과 기능이 여러 개의 층위로 분화한다. 마치 이미지 프로그램 포토샵의 레이어처럼 분화하며 중첩되는 '레이어드 홈' 현상이다. 삶의 근거지로서의 기본 기능이 확장하는 측면을 '레이어1'이라고 한다면, 직장·학교 등 외부 활동이 집에서 이뤄지면서 생기는 변화는 '레이어2'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직주근접·직주일치 현상의 강화로 집 근처에서 삶을 영위하는 이른바 '슬세권(슬리퍼로 이동 가능한 상권) 경제'의 확산은 '레이어3'이다. 레이어드 홈 트렌드는 2021년의 대한민국을 넘어 미래주택 공간의 패러다임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③'자본주의 키즈'의 약진
돈과 소비에 편견이 없는 새로운 소비자들이 약진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광고·투자·재무관리 등 자본주의적 요소 속에서 익숙하게 입고 먹고 보고 배우고 자라서 자본주의 생리를 잘 이해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소비의 주체가 됐다. 이들은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며 소비로부터 행복을 구하는 데 주저함이 없고, 광고를 '이용'할 줄 알고 PPL에 관대하며 재무관리와 투자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④거침없이 피보팅
'피보팅'이란 축을 옮긴다는 스포츠 용어지만 최근 들어서는 사업 전환을 일컫는 경제용어로 더 자주 쓰인다. 바이러스나 트렌드 변화로 인해 소비시장이 급격하게 변화할 때 기민한 비즈니스 모델의 변환은 조직의 생사를 좌우하는 중요한 전략이다. 하지만 이제 피보팅은 단지 위기상황 하에서의 방향 수정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조직 운영 전반의 중요한 트렌드로 확장하고 있다.

⑤롤코라이프
롤러코스터는 우르르 몰려가 함께 탄다. 짜릿한 궤도의 오르내림을 즐긴다. 아쉽지만 금방 끝이 난다. 내린 사람들은 다시 새로운 놀거리를 찾아 빠르게 이동한다. 이러한 롤러코스터의 특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소비트렌드가 전개되고 있다. 김 교수는 이런 트렌드를 롤러코스터를 닮았다는 의미에서 '롤코 라이프'라 명명하고, 이런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이들을 '롤코족'이라 불렀다. 김 교수는 "롤코라이프는 소수 젊은이들의 변덕이 아니라, 상시 대응해야 할 시장의 일반적 변화가 되고 있다"며 "이제 제품과 마케팅에도 진솔하고 발빠른 대응으로 고객의 변화에 맞춰나갈 수 있는 '빠른 생애사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⑥#오하운, 오늘하루운동
김 교수는 운동이 다시 붐을 이루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등산로에 레깅스 차림의 젊은이들이 몰려들고 골프와 서핑은 대중스포츠가 되어가고 있다. 또 트레일 러닝, 플로팅 요가처럼 기존의 운동이 새롭게 변주된다. 김 교수는 "이러한 트렌드가 단순히 스포츠 활동 자체로 끝나지 않고 패션, 챌린지 등을 즐기면서 사회에 대한 선한 영향력, 자신의 성장, 타인과의 느슨한 관계 확장도 놓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⑦N차 신상
이제 중고마켓은 그냥 쓰던 물건을 사고파는 장터가 아니라 MZ세대의 놀이터가 되어가고 있다. 취향의 공유는 물론이고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서 중고마켓이 뜬다. 이른바 '리셀'은 단지 기존 '중고제품 거래'의 맥락을 넘어선다. 최근의 명품 열풍과 래플·드롭과 같은 한정판 마케팅 등 새로운 구매 행태를 설명하는 열쇠말이다. 소비자들은 이제 자신의 소유물을 단지 상품이 아니라 하나의 자산, 나아가서는 더 높은 가격으로 되팔 수 있는 투자로 재인식하며 구매의 새로운 동기로 삼는다.

⑧CX 유니버스
사용자의 경험이 구축한 하나의 생태계를 뜻하는 'CX 유니버스'도 내년의 트렌드 키워드라고 김 교수는 주장했다. 상품에 대한 단편적인 경험이 아닌 마치 '마블 유니버스'처럼 브랜드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기업들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⑨자아 찾기 '레이블링 게임'
최근 각종 성향 테스트가 인기다. MBTI, 꼰대 레벨 테스트 등 급격히 유행하는 각종 테스트는 다원화한 현대사회에서 진짜 자아를 찾으려는 현대인의 갈구다. 소비사회를 사는 소비자들에게 자아란 소비 행태를 결정하는 가장 근원적인 문제다. 김 교수는 "과거에는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자기정체성에 맞는 브랜드를 선택했다면, 이제는 '이런 브랜드를 구매하는 걸 보니 나는 이런 사람'이라는 역의 인과관계가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⑩언택트 시대일수록 절실해지는 '휴먼 터치'
코로나 이후 가장 조명받은 트렌드는 '언택트', '온택트'다. 언택트·온택트화하는 소비가 많아지고 있지만 그럴수록 사람의 온기가 더욱 그리워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휴먼터치'란 어떻게 하면 조직관리와 경영의 많은 국면에서 최대한 사람의 숨결과 감성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트렌드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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