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출판

당당히 밝힌 'F코드'..덜 우울한 나를 위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17 17:36

수정 2020.10.17 17:48

신간 '나의 F코드 이야기' 
[파이낸셜뉴스]
당당히 밝힌 'F코드'..덜 우울한 나를 위해 

"나는 F코드가 여러 개다. F32 우울병 에피소드, F42 강박장애…정신과에서 주는 F코드들을 얻고 나서 내 삶은 아주 많이 바뀌었다."

각 질병에는 알파벳으로 시작하는 분류기호가 있다. 암은 C, 감염성 질환은 B, 신경계통 질환은 G로 시작한다. 정신과 질환은 F로 시작하는 분류기호가 부여된다.

다른 질병기호와 달리 F코드는 당사자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정신과 진료 이력은 보험 가입이나 취업을 가로막는 사회적 '낙인'으로 작용해왔다.

지난 15일 출간된 ' 나의 F코드 이야기'는 편견으로 얼룩진 단어 F코드를 당당히 등장시킨다.

F41.2 혼합형 불안 및 우울장애, F32 우울병 에피소드, F42 강박장애, F313 양극성 정동장애 등 평범한 직장인인 저자 이하늬의 F코드는 이렇게 지난 4년 동안 계속 쌓여 갔다. 그리고 그의 삶은 아주 많이 달라졌다.

저자는 '생존을 위해' '좀 덜 힘들게 살기 위해' 자신이 가진 여러 F코드를 당당히 밝힌다.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 질환은 분명 힘들고 삶을 위태롭게 하는 '무서운 질병'이다. 하지만 비염, 고혈압처럼 '치료하고 관리하며 살아갈 수 있는 질병'이라고,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전문가 의견에 통해 분명히 밝힌다.

정신과 진료, 약물치료, 심리치료와 같이 우울증 환자가 궁금해하는 이야기부터 인간관계, 연애, 직장 생활 등 평범한 일상에 우울증이 미치는 영향까지, '덜 우울하고, 덜 아픈 나'로 사는 법을 차근차근 들려준다.

깊고 깊은 우울 속에서 처연하게 고통을 기록하는 일에서 벗어나 자신의 병을 알아차리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관리하는 과정을 담백하게 보여주는 이 책은 우울증과 함께 조금 더 건강히 살아갈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을 안내하는 지도다.

책에는 그간 자세히 공개되지 않았던 우울증 당사자의 심리치료 경험이 상세히 묘사돼 있다. 정신과 진료와 심리치료를 병행하기까지의 과정, 첫 상담을 받고 나서의 실망감,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 느낀 변화, 불안과 강박을 줄이기 위한 노력 등 심리치료에 대해 궁금한 이야기들을 촘촘히 담았다.

'나의 F코드 이야기'에는 저자의 경험 외에도 우울증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우울증을 공개한 매우 외향적인 성격의 원영, 경조증 증상이 있지만 약물 치료보다는 자신의 상태를 세밀히 살피고 관리하는 지훈, 우울증인지도 모른 채 2년간 집에만 틀어박혀 있던 문희, 조울증으로 여러 차례 강제입원을 하며 세상과 단절됐던 은일.

그 외에 다양한 경험을 털어놓은 환우들의 이야기는 우울증의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우울증 환자에 대한 틀에 박힌 편견을 깨트린다. 우울증이 별나거나 불운한 누군가가 겪는 안타까운 질병이 아닌, 특별한 일이 없이도 내 인생에 언제든 생길 수 있다고 말한다.

이밖에도 저자는 우울증을 앓고 있지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는 이들을 위해 우울증 정보들을 상세히 소개한다. 정신과를 갈 때 고려해야 할 3가지, 약물 중독과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 심리치료의 종류 등 반드시 알아야 하는 정보는 11가지 TIP으로 알기 쉽게 담았다.

저자소개
이하늬 외조부모 밑에서 꿈같은 어린 시절을 보냈다. 지금은 동생 셋과 복작거리며 산다.
이들의 존재가 세상이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이라 생각한다. 2013년부터 기자로 일하고 있다.
선한 사람이 되는 게 인생의 목표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