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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개인별 과세도 '구멍'… 가족간 증여땐 '비과세'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18 17:45

수정 2020.10.18 18:37

기재부, 현대판 연좌제 비판에
'가족 합산' 않기로 물러났지만
배우자 6억·자녀 5000만원 등
비과세 한도만큼 주식증여 가능
전문가 "양도세 전면과세 시행
2023년 전까지 10억 유지해야"
대주주 개인별 과세도 '구멍'… 가족간 증여땐 '비과세'
정부가 여론의 비판에 주식 대주주 요건을 가족 합산에서 인별 합산으로 바꾸기로 검토했지만 허술함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대주주 대상에 포함되는 주주는 가족에게 주식을 증여하면 비과세 혜택을 받아 손쉽게 세금을 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대주주 요건을 3억원으로 고수하고 다른 요건만 바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별합산으로 가족 비과세 '구멍'


1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주식 양도차익 과세 대상인 대주주 요건에서 가족합산을 개인별 과세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17년 정부는 세법 개정을 통해 대주주 범위를 기존 25억원에서 2018년 15억원, 2020년 10억원, 2021년 3억원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해왔다. 3억원이 대주주 요건으로 너무 낮다는 비판과 함께 주식 보유액에 대해 주주 당사자는 물론이고 직계존비속 등이 포함해 투자자들 사이에서 '현대판 연좌제'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기재부가 가족 합산을 개인별 과세로 바꾸겠다고 전향적 검토를 한 것이다.

하지만 가족 합산이 개인별 과세로 바뀔 경우 주식 매도가 아닌 방법으로도 세금을 피할 방법이 생긴다. 바로 증권사마다 제공하는 '유가증권대체제도' 때문이다. 이는 본인 주식을 타인에게 그대로 전송할 수 있는 제도로 증여세 신고 기간인 3개월 넘게 타인에게 주식을 대체하면 증여세를 물게 돼 있지만 배우자는 10년간 6억원, 성인 자녀는 5000만원, 미성년 자녀는 2000만원까지 증여세를 면제한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주식 5억원을 소유한 A씨는 기존 정부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대주주로 인식돼 양도차익의 22~33%(기본공제액 제외, 지방세 포함)를 내야 한다. 하지만 대주주 판단 기준일인 올해 연말 전에 배우자와 자녀에게 2억원 상당의 주식을 증여한다면 대주주 자격을 상실해 양도세를 물 필요가 없다. 증여한 주식은 비과세로 합산돼 증여세도 물지 않게 돼 결과적으로 내는 세금은 없다.

금융업계에 종사하는 한 공인회계사 겸 세무사는 "부동산은 세대별로 과세하고 주식의 경우 직계존비속 등 특수관계인을 기준으로 삼는데 인별 과세가 적용될 경우 세금을 피할 방법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주주 확대 유예해야"


이런 허점이 나오게 된 배경으로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10억원으로의 대주주 요건 완화를 그대로 둔 채 직계존비속만 변경 검토를 하게 돼 발생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황세운 상명대 DnA랩 객원연구위원은 "애초에 세법상 대주주를 직계존비속으로 삼는 것은 주주권을 명시한 상법상 대주주 개념을 그대로 차용해 문제의 소지가 많았다"면서 "3억원 요건을 그대로 두고 직계존비속만 바꿔 허점이 드러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결과적으로 '조삼모사' 정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비판도 높다. 가족 합산이 인별 합산으로 바뀌더라도 연말 대거 매도 행렬을 막을 수 없다는 취지다. 실제 양도세 부과 대상 대주주 요건 변화가 있었던 2017년 말(25억원→15억원)과 지난해 말(15억원→10억원)에는 평년(1조5000억원대) 대비 3배 이상의 순매도가 발생했다.

특히 올해 연말에는 2017년과 지난해보다 더 많은 물량이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크다. 2017년과 2019년 당시 양도소득세 부과 예정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 총액보다 올해 양도소득세 부과 예정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 총액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가족 합산에서 인별 합산으로 바꾸는 정책은 사실상 효과도 없을뿐더러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며 "대다수 투자자는 3억원으로 낮춰지는 대주주 요건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여야와 전문가들은 대주주 요건 확대를 유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 연구위원은 "2023년부터 양도세 전면과세가 시행되는 만큼 2022년까지는 기존 10억원 기준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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