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제2금융

대출 막히자 연 40% 사채로… "돈 풀렸다는데 빌릴 곳 없다"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저신용자]

임광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18 17:58

수정 2020.10.18 18:39

영끌·빚투에 신용대출 규제 강화
정치권 법정 최고금리 인하 주장에
대부업체들마저 저신용자들 꺼려
돈줄 막혀 사금융行 ‘풍선효과’ 우려
대출 막히자 연 40% 사채로…
#. 저신용자인 김모씨(32)는 급전이 필요했다. 하지만 김씨는 지난 2018년 개인워크아웃을 했던 전력이 주홍글씨로 남아 대출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일단 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을 찾아갔다. 하지만 대출을 받을 수 없었다. 이어 저축은행과 캐피털도 연달아 방문했다. 역시 대출을 거절당했다.
어쩔 수 없이 대부업체까지 갔지만 실패였다. 결국 김씨는 사채업체에 손을 내밀었다. 김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사금융업체 7곳에서 450만원을 빌렸다. 모두 원금의 20~40%를 선이자로 떼는 불리한 조건이었다. 요즘 김씨는 원금과 이자 부담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금융당국이 부동산 '영끌'과 주식 '빚투'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신용대출을 전방위로 조이면서 금융 사각지대에 있던 저신용자들이 더욱 돈줄이 막혀 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다.

저신용자들은 연초부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주머니 사정이 나빠진 상황에서 제도권 금융기관을 통한 자금 융통마저 어려워지면서 고이자의 사채까지 마다하지 않아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저신용자들은 금융당국의 전방위적 대출규제로 1·2금융 이용이 어려워진 데다 대부업체의 대출심사도 까다로워지자 "시중에 돈이 엄청나게 풀렸다는데, 도대체 서민이 빌린 돈은 어디로 갔나"라면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제도권 금융에서 외면받는 저신용자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급격한 대출 증가로 1·2금융권 규제가 강화되고, 대부업계는 법정 최고금리 하락에 신규대출을 꺼리면서 저신용자들이 사금융으로 내몰려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처럼 저신용자들이 돈을 빌릴 곳이 없어진 근본적 이유는 금융당국의 갑작스러운 대출 조이기와 대부업체의 대출심사 강화 등인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당국은 지난 9월 '빚투'와 '영끌'에 대응하기 위해 신용대출을 조이기 시작했다. 그 일환으로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신용대출 관리를 주문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10~12월 월평균 신용대출 증가액을 2조원대로 유지키로 했다. 같은 맥락에서 은행들은 최근 금융감독원에 신용대출 목표까지 제출한 상태다.

실제로 은행권 신용대출 월 증가액은 8월 5조3000억원이었다. 사정이 이렇자 금감원은 은행들에 자체 관리를 주문했다. 그 후인 9월에 은행들의 신용대출은 증가액이 2조9000억원으로 줄었다. 그나마도 저신용자들에게 기댈 곳이던 대부시장도 지난 2018년부터 심사를 강화하면서 점차 쪼그라들고 있다. 지난 2018년 17조3500억원이던 대출잔액은 2019년 15조9100억원으로 감소했다. 1년 새 1조4000억원 넘게 줄어든 셈이다. 현재 대부업체의 경우 신용등급 6~7등급 이하, 연평균 금리 21% 수준에서 이용된다는 것.

연간 사금융 이용 65만명


그나마 고금리 대부업체들도 대출심사가 까다로워지면서 저신용자에겐 그림의 떡이 되고 있다. 실제로 서민금융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17년 16.10%였던 대부업계 대출 승인율은 2019년 11.80%까지 떨어졌다.

대부업체에서도 돈을 빌리지 못한 저신용자가 갈 곳은 사금융밖에 없다. 이로 인해 사금융 시장은 점점 성황을 이루고 있다.

서민금융연구원은 2018년 기준 대부업에서 사금융 시장으로 밀려난 인원을 45만~65만명으로 추정했다. 금액으로는 5조7000억~7조2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런 사금융 이용자와 이용액은 올해 더욱 증가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실 모르는 정치권


이런 상황에서도 정치권은 법정 최고금리를 낮추자는 주장을 쏟아내고 있다. 이는 현실을 모르는 포퓰리즘적 주장이란 지적이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는 저신용 취약층을 오히려 사금융으로 내몰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8월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대부업법 개정안에는 현행 24%인 최고 이자율을 10%로 낮추는 내용이 담겼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법정 최고금리를 10%로 낮추자고 주장하고 있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법정 최고금리 하락 후 수익성이 급락해 업계 1위도 대출회수만 하고 있다"며 "대부업 시장을 옥죄면 서민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빠지는 풍선효과만 부추기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도 "정책의 득과 실을 따져 피해자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며 "최고금리를 낮추는 것은 대안이 아니며, 서민금융진흥원 맞춤대출 같은 당사자를 고려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 , 김태일 인턴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