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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빅히트의 ‘공모주 배신’은 계속될 것인가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18 18:19

수정 2020.10.18 18:19

[fn논단] 빅히트의 ‘공모주 배신’은 계속될 것인가
지난 10월 15일 빅히트는 공모주 청약경쟁률 2위라는 기록을 거두며 공모가 13만5000원의 2배에 달하는 27만원으로 상장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후 연속 이틀 하락하면서 최초 시가의 4분의 1 가치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런데 빅히트의 공모가 총액은 4조5000억원으로, 2020년 반기 순자산 2020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22배에 달한다. 이런 엄청난 괴리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빅히트의 공모가가 고평가돼 과도하게 높은 가격으로 거래가 시작된 것인가.

7월 2일 역시 공모가 4만9000원의 2배에 달하는 9만8000원으로 상장을 시작한 SK바이오팜도 7월 10일 최고가 26만9000원을 달성한 이후 10월 16일 종가 기준으로 최고가 대비 무려 43%의 가치가 3개월 만에 사라졌다. SK바이오팜의 공모가 총액은 3조8000억원으로, 2020년 반기 순자산 5075억원의 7.5배다. 빅히트 수준은 아니지만 상당한 차이다.
그렇다면 SK바이오팜의 주가 하락은 계속될 수밖에 없는 것인가.

빅히트 및 SK바이오팜과 더불어 공모주 '빅3'로 불렸던 카카오게임즈는 9월 10일 코스닥 상장과 동시에 역시 공모가 2만4000원보다 2배 많은 4만8000원으로 거래를 시작, 사흘 뒤 최고가 8만9100원을 달성했다. 그러나 10월 16일 현재 종가가 4만5850원으로 최고가의 절반이 한 달 만에 사라졌다. 카카오게임즈의 공모가 총액은 1조7000억원으로, 2020년 반기 순자산 장부금액 4994억원의 3.5배다. 앞서 두 회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래도 괴리가 있다.

이렇게 상장 뒤 잠시 상승하다가 내리막길을 걷는 공모주로 인해 '공모주의 배신'이라는 용어가 유행하고 있다. 그런데 공모주의 배신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가령 작년 11월 19일 상장된 현대에너지솔루션은 1만8000원의 공모가와 유사한 1만8200원으로 거래를 시작했지만, 보름 만에 최초 시가의 3분의 1 가치가 사라졌다.

이때 현대에너지솔루션의 공모가 총액은 2016억원으로, 앞의 공모주 빅3와 달리 2019년 말 순자산 3178억원의 63%에 불과했다. 흥미로운 것은 시가총액이 점점 장부금액에 근접해지면서 10월 16일 기준 시가총액이 3853억원으로 2020년 반기 순자산 3221억원과 유사한 수준이 됐다.

기업가치평가의 대가인 올슨 교수는 공모가 또는 시가총액과 순자산의 괴리가 장부에 기록되지 않은 무형의 자산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봤다. 가령 빅히트의 가치결정에 있어서 방탄소년단이라는 무형의 자산이 가장 중요한 요인인데, 8206억원의 자산 중 이런 가치가 반영된 금액은 19억원 정도로 추정될 뿐이다. 이런 환경에서 빅히트의 공모가를 정확히 결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빅히트에 대한 투자의사 결정은 합리적 판단보다 직관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K팝과 K게임에 이어 K방역 등을 통해 글로벌 선두로 나서고 있는 우리나라의 엔터산업과 게임산업 및 방역산업 등은 아이러니하게 핵심무형자산(Core Intangible Assets)을 오히려 재무제표에 포함할 수 없다.
이에 기업 스스로 이런 무형자산을 식별·측정하고, 투자자 및 이해관계자들과 공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더불어 가치평가에 필요한 모든 핵심무형자산을 재무제표에 포함할 수 있도록 더 적극적인 우리 사회의 합의 노력도 필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결국은 자본시장에서 불이익을 받거나 도태될 것이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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