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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불평등, 계층이동 사다리 복원으로 해결해야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19 18:02

수정 2020.10.19 18:02

[fn논단] 불평등, 계층이동 사다리 복원으로 해결해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낸 프린스턴대의 경제학자 앨런 쿠르거는 불평등을 좋은 것도 지나치면 병이 되는 현상으로 비유한 바 있다. 적절한 수준의 불평등은 동기부여를 통해 생산력을 높이고 전체 사회의 파이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불평등이 너무 심해지면 오히려 경제성장률을 저해하는 등 부정적 영향이 클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얼마만큼의 불평등이 너무 심한 것일까. 그 해답은 찾기 어렵다. 각 사회마다 처한 경제사회적 환경에 따라 그 답은 달라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어느 수준이 적절한 불평등인지는 정의할 수 없지만 현재의 불평등 수준이 너무 높다는 데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있는 것 같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조사한 2019년 한국복지패널 자료에 의하면 국민의 약 70%가 우리나라의 소득이나 재산이 불평등하게 분포돼 있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의 불평등 추이를 살펴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통계청의 '2020년 2·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재난지원금 효과를 뺀 '시장소득' 기준으로 5분위 배율이 작년 2분기 7.04배에서 올해 8.42배로 약 20% 증가했다. 5분위 배율은 소득이 가장 높은 상위 20%(5분위)의 소득이 하위 20%(1분위) 소득보다 몇 배 많은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그 수치가 높아질수록 소득 불평등이 심한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증거다.

불평등의 정도가 심해지는 것도 문제지만, 불평등의 구조가 변하는 것은 더욱 큰 사회문제다. 금수저·흙수저 논란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 사회에서 불평등이 '상속'된다는 문제의식이 커지고 있다. 통계청 사회조사 자료를 보면 30세 미만 청년 가운데 계층이동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본 경우가 2013년에는 53%였지만, 2017년 조사에서는 35%로 4년 사이에 약 1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통계청과 교육부의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고소득 가구(월평균 소득 800만원 이상)의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저소득 가구(월평균 200만원 미만)의 5.2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에서 공개된 한국장학재단 자료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국 로스쿨의 51%와 의대의 52%가 연 소득 인정액 1억2000만원 이상의 고소득층 자녀인 것으로 나타났다. 빈부 격차에 따른 교육 불평등이 로스쿨이나 의대 합격생의 고소득층 편중으로 나타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 사회의 낮은 계층이동성에 대한 불만에는 기회의 평등이 훼손되고 있다는 사회적 불신이 크게 작용한다. 부모세대가 하위계층에 속하면 본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그 하위계층을 벗어나기 힘들다는 불신이 팽배한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출발선에서 동등한 기회를 사회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약자를 배려해 기회의 형평성을 강화하는 것이 불평등 해소와 사회신뢰 회복에 가장 중요한 과제다.

2000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시카고대 제임스 헤크먼 교수는 교육취약계층 아동에 대한 적극적인 사회적 투자가 불평등을 감소시키고 전체 사회의 경쟁력을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사회정책임을 실증분석을 통해 주장한다.
교육취약계층 아동을 대상으로 한 고품질의 보육·교육 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려 계층이동의 사다리를 복원해야 한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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