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암환자 위해 '신약' 접근성 높여야

최용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19 18:09

수정 2020.10.19 18:09

[기자수첩] 암환자 위해 '신약' 접근성 높여야
'용이라는 이름의 암(That Dragon, Cancer)' 게임의 모티브는 암으로 투병하던 자식을 하늘로 보낸 부부의 사연이다.

미국에 사는 라이언, 에이미 그린 부부는 아들 조엘이 암에 걸려 다섯 살에 세상을 떠난 경험을 게임으로 만들었다. 부부는 조엘을 기억하고 자신들이 경험한 아픔과 감동을 공유하길 원했다. 게임을 하다보면 실제 부부가 조엘이 투병할 때 썼던 편지, 일기를 그들의 음성으로 듣는다. 게임 속 목소리는 점점 떨려온다.

조엘처럼 암으로 고통받는 사람은 많다.
암은 국내 사망원인 1위다. 지난해 국내 총사망자 수 29만5110명 가운데 27.5%(8만1203명)가 암으로 사망했다. 인구 1000명 중 한명 이상이 매년 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게임에서 암을 용으로 표현한 건 그만큼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환자 개인이 용에 맞서기는 신체적·경제적으로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

암을 치료하는 비용은 여전히 비싸다. 치료비용은 제각각이지만 보험업계는 평균 암 치료비용을 연간 약 5000만원으로 본다. 혈액암협회 설문조사에서도 암 환자 및 가족 10명 중 7명은 '경제적 고통'을 암 치료 중 가장 힘든 점으로 꼽았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암 치료비용과 관련해서는 93%가 '매우 부담된다'고 답했다.

특히 위독한 말기암 환자는 표적항암제나 면역항암제 같은 항암신약을 사용해야 하는데 해당 약제들은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족을 살리기 위해 신약을 쓰다보면 '메디컬 푸어'로 전락한다. 게임 속 조엘도 수많은 치료를 받는다. 조엘이 모건아담재단을 통해 치료비를 후원받지 않았다면 두 부부는 게임을 개발하지 못했을 테다.

정부는 암환자를 위해 항암신약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물론 정부 입장에서는 재정건전성을 고려해 모든 신약에 건강보험을 적용할 순 없다.
하지만 건강보험 급여 등재 기간을 단축시키고, 신약 접근성을 높이는 기금 조성 등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에서 항암신약 허가 후 보험급여까지 걸리는 시간은 823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519일을 훌쩍 넘는다.
게임을 통해 바라본 암환자와 가족은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산업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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