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정책

디지털화폐에 신중한 美, 달러 지배력 약화 우려?

이설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20 18:03

수정 2020.10.20 18:03

제롬 파월 "문제 해결 전까지 디지털달러 발행 안해"
미국, 기축 통화 '달러' 지배력 유지 원해
유럽, 중국은 디지털화폐에 적극적
[파이낸셜뉴스] 유럽, 중국 등 전세계 중앙은행들이 디지털화폐 발행을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과는 달리 미국은 여전히 신중한 자세다. 디지털화폐 발행의 선두를 놓쳐도 상관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화폐 확산으로 인해 달러화의 지배력 약화를 걱정하는 미국이 디지털화폐에 소극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위협 먼저 해결해야 디지털달러 결정"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사진)은 지난 19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서 "(미국은) 디지털화폐를 발행하기로 결정하지 않았다"며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에 대한 모든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디지털달러를 발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그러면서 "디지털화폐 발행에서 미국이 1 위가 되는 것 보다 제대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른 국가가 선점자의 이점을 갖는 것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다만 미국 연준과 재무부도 현재 달러와 연동한 CBDC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미국은 CBDC 도입을 위해 정부의 규제 범위를 정하고, 불법 행위 방지와 개인정보보호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이 과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달러 지배력 약화 우려?

미국이 디지털화폐에 소극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데 대해 전문가들은 달러의 지위 약화를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독일 도이체방크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게리트 하인트 도이체방크 수석 투자전략가는 "중국의 디지털위안과 일대일로 정책으로 인해 디지털위안의 중요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CBDC는 미국 달러의 지위에 도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JP모건도 지난 5월 "디지털화폐의 파괴적 잠재력으로 인해 미국만큼 잃을 게 많은 나라는 없다"며 "전세계 준비통화로서 상품 및 서비스의 국제 통상의 중심에서 거래된다는 것은 달러의 엄청난 장점"이라고 밝혔다.

미국 반대 진영에 선 유럽, 중국 같은 국가들은 향후 디지털화폐 중심의 디지털경제 질서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기축통화국인 미국은 통화 정책에 따라 달러를 찍어내 내부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전세계 대부분 통상에도 달러 국제결제망(SWIFT)이 쓰인다. 자본주의 시대에서 미국의 경쟁력은 달러의 전세계 지배력에서 나온다.

유럽·중국, 디지털화폐 검토 적극 나서

미국이 주춤하는 사이 세계는 이미 CBDC 연구에 한창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내년 중 CBDC 도입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ECB는 최근 공식 보고서를 통해 △디지털유로가 소매시장에 미칠 영향 △디지털유로가 유럽 경제정책 체계(유로시스템)와 어떤 방식으로 연계될 지 등에 조사했다. 이를 토대로 공개논의를 내년 중반까지 진행하기로 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지난 12일 IMF 온라인 연례총회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은 일하고, 거래하고, 지불하는 방법 등 많은 구조적 변화를 불러왔다"며 "디지털유로 발행을 매우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선전 시민 5만명에게 디지털위안을 200위악(약 3만4000원)씩 지급하고 실제 사용하도록 하는 테스트를 최근 진행했다.
시민들은 선전 시 슈퍼마켓, 약국 등 3389개의 가맹점에서 디지털 위안을 직접 사용했다.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달러 체계에 맞설 미래형 디지털통화 패권을 잡기 위해 디지털위안 실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 천률루 부총재는 "중국은 디지털 경제 시대에 디지털 위안을 통해 독립적인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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