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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 통신업계 성장 발목잡는 '5G 딜레마'

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21 18:02

수정 2020.10.21 18:01

[현장클릭] 통신업계 성장 발목잡는 '5G 딜레마'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5세대(5G) 통신이 도마에 올랐다. 한국이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 했지만 품질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5G 속도, 커버리지, 고가의 요금제 등 어느 것 하나 만족스럽지 못하다. 시민단체도 5G 때리기에 나섰다. 원활하지 않는 5G 서비스로 피해를 입은 이용자에게 최대 35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라고 권고 한 것이다. 국내에서 5G 품질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사이 눈을 해외로 돌리면 사정은 다르다.
한국 5G 품질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 13일 영국 시장조사기관 오픈시그널이 올해 7~9월 세계 15개국 5G 서비스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5G 평균 속도는 336.1Mbps로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했다. 속도와 함께 통신 품질을 나타내는 다른 지표인 5G 접속률에서도 한국은 22.2%를 기록해 세계 6위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에는 5G의 또 다른 주파수 대역인 28GHz(기가헤르츠)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한국은 5G 전국망으로 3.5GHz를 선택했다. 초고주파인 28GHz 대역은 3.5GHz 대역에 비해 주파수폭도 넓고 속도가 빠르게 나온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28GHz 대역을 진짜 5G라며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실제 미국은 5G 전국망으로 28GHz 대역을 선택해 단일 5G 속도만 놓고보면 최고를 나타냈다. 오픈시그널에 따르면 미국 버라이즌의 5G 속도는 494.7Mbps를 기록했다.

단순 속도 수치만 보면 5G 전국망은 3.5GHz 대역보다 28GHz 대역이 어울린다. 그럼에도 한국은 왜 일반 이용자가 사용하는 5G 전국망을 3.5GHz 대역으로 쓰고, 28GHz 대역을 스몰셀 위주의 B2B용으로 사용할 계획을 세웠을까. 이는 주파수 특성에 기인한다. 28GHz 대역은 직진성이 강해 전파가 건물이나 벽을 만나면 손실될 확률이 높다. 도달거리도 짧다. 미국과 같이 영토가 넓고 인구밀집 지역이 적은 국가는 전국망으로 28GHz 대역을 사용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은 산악지형이 많고 도심밀집도가 높다. 28GHz 대역보다 3.5GHz 대역을 전국망으로 사용하는 전략이 맞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28GHz 대역을 전국망으로 쓰는 나라는 현재 미국이 유일하다.

한국의 5G는 딜레마에 빠졌다. 국내에서는 5G 품질이 떨어진다고 불평을 하지만 해외에서는 최고 수준의 품질로 평가 받는다. 주파수 특성과 국가의 사정을 맞춰 3.5GHz 대역을 5G 전국망으로 구축하는데, 28GHz 대역을 B2B용으로 쓴다며 진짜 5G를 포기했다고 비판한다.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한국의 5G는 이제 걸음마 단계다.
글로벌 상황도 비슷하다. 첫 술에 배 부를 수 없다.
130년 한국 통신의 저력을 믿는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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